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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명품 수수해도 공천될까···역대 총선 돌아보니 관건은 ‘국민 눈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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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 파우치 논란과 관련해 앵커의 질문을 받고 있다. KBS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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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천 신청자가 명품을 수수해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을 위반하면 공천 서류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의 오는 4월 총선 공천 기준에 따르면 가능하다.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2019년 대법원에서 벌금 400만원 형을 받은 박찬주 전 육군대장도 지난 6일 공천 면접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난 7일 “청탁금지법은 (공천) 부적격 사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청탁금지법 위반을 ‘예외 없는 부적격’ 대상으로 정해둔 것은 아니다. 다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 중 면접을 받은 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윤석열 정부 부실 인사검증 논란, 민주당 돈봉투 수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어느 때보다 도덕성 경쟁이 치열하다. 거대 양당은 상대 당의 도덕적 열위를 부각하기 위해 엄격한 후보 부적격 기준을 마련했다고 공언했다.

후보자의 도덕성은 공직자 직무 집행 공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2020년 발간된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 사례집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은 ‘금품 등 수수로 인해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국민적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민적 눈높이가 변화한다는 점이다. 도덕성이 공천 기준으로 떠오른 2004년 이래 청렴성뿐 아니라 병역의무 이행 여부, 성인지 감수성, 가족 비리 등 부적격 판단 기준은 강화돼왔다. 각 당의 부적격 기준이 변화해온 흐름을 10일 정리해봤다.

정치자금 수수부터 성범죄까지···강화된 공천 도덕성 기준


도덕성이 공천 부적격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다. 2003년 한나라당이 대선 당시 이른바 ‘차떼기’ 수법으로 불법 자금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정치개혁을 기치로 당선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도 불법 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후보자의 전과기록을 기존 금고형 이상 공개에서 벌금형 이상 공개로 강화하자고 제안하는 등 도덕성이 총선의 화두가 됐다.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은 총선 공천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앞서나갔다. 민주당도 금고 이상 형 확정자뿐 아니라 구속 또는 기소된 사람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공천 우선 배제 기준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중에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등 11가지 기준을 당헌·당규에 규정했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2008년 18대 총선에도 이어졌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모두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사람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당시 민주당이 “금고 이상의 형 확정자는 예외 없이 공천 심사에서 배제한다”고 선언한 것은 일종의 폭탄 발언으로 ‘공천 혁명’이라는 평가까지 뒤따랐다. 현재는 대부분의 정당이 적용하는 기준이지만 당시만 해도 면접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나라당은 민주당보다 먼저 금고 이상 형 확정자에 대해 공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음에도 내부 이견이 노출되며 개혁 의지가 저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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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전 의원이 2010년 9월9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희롱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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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세금포탈,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화이트칼라 범죄와 성범죄 등이 부적격 기준으로 떠올랐다. 청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고도화된 범죄수법을 반영한 것이다. 병역 등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의무)와 같은 모범적 모습도 요구됐다. 이명박 정부 초기 인사청문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작용했다. 특히 병역 회피, 탈세,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등은 이명박 정부 고위직 후보자들의 ‘4대 필수과목’으로 통했다. 2010년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강용석 전 의원 등 국회의원으로서 명예를 실추시킨 사례도 반면교사가 됐다.

새누리당은 성희롱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는 물론 성범죄·뇌물·불법정치자금수수·경선부정행위 등 4대 행위로 형이 확정된 자와 파렴치·부정비리 범죄자를 공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치자금, 뇌물, 횡령, 화이트칼라 범죄 등 국민적 지탄을 받는 형사범 가운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보를 서류심사 단계에서 걸러내기로 했다.

2016년 20대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친인척·측근에도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친인척이나 보좌진의 부정부패도 공천에서 원천배제하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해당 조항을 적용할 때 ‘공천 신청자의 직무와 관련해’라는 문구를 삽입하기로 하면서 다소 완화됐다. 2015년 제정된 청탁금지법과 유사한 내용으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경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의 수수가 금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배제 기준에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공천배제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침을 정했다. 새누리당도 이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했지만 진박감별사·옥새파동 논란을 겪으며 빛이 바랬다.

2020년 21대 총선부터는 ‘조국 사태’ 여파로 입시·채용비리 등 공정성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투, 혐오발언, 젠더폭력 등 높아진 성인지 감수성도 부적격 판단에 고려됐다. 사회적 문제가 된 갑질도 공천 배제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신청자가 부정부패, 혐오발언, 젠더폭력, 입시부정 등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선서하는 서약서를 받고, 병역기피, 세금탈루, 성범죄 등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한 비리’를 당헌·당규상 총선 공천 불가 규정에 추가했다. 자유한국당은 자녀나 친인척 등이 연루된 입시·채용 비리에 해당하는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지위와 권력을 남용한 불법·편법 재산 증식, 권력형 비리 등도 부적격 대상이 됐다. 불법촬영·스토킹, 미투, 성희롱·성추행, 여성 혐오·차별적 언행, 아동학대 등 성·아동과 관련해선 사회적 물의만 빚었어도 배제했다.

이번 총선에선 학교폭력···“배우자, 친인척 비리 등도 선택 기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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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학폭’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가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대에 나와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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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는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양당이 모두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등의 자녀가 학폭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신(新) 4대 악에 해당하는 신청자의 공천을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신 4대 악은 성폭력 2차 가해·직장 내 괴롭힘·학교폭력·마약범죄를 말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일찌감치 특별당규를 정하고, 후보자 부적격 심사 기준에 학교폭력, 투기성 다주택자를 추가했다.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범죄, 그루밍 범죄 등도 성폭력 범죄도 부적격 처리하기로 했다.

정작 공천 룰의 운영을 두고는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돈봉투 수수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뇌물, 알선수재 등 부정부패 혐의자에게 경우에 따른 예외를 인정해줬다. 뇌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노웅래 의원은 검증위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찬주 전 대장이 서류심사를 통과했고, 댓글공작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던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설을 맞아 단행된 윤 대통령의 사면 결과 공천면접을 보게 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양당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신형 범죄들에 대해서 기준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고 사회가 변하면서 과거엔 범죄로 치부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롭게 경계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탄핵이라는 큰 변곡점을 겪으면서 도덕적 기준이 상당히 강화된 것 같다”며 “최근 논란이 된 친인척 관련한 비리라든지 각종 범죄 혐의도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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