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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이지 사이언스] '한국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둘러싼 법정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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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세포로 허가받았는데 신장 유래 세포"…서울고법 "식약처 허가 취소 적법"

코오롱생명과학 "세포 기원 잘못 알았을 뿐…안정성·유효성 문제없다"

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했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한국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상품화됐다가 허가 취소된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품목허가 취소가 적법했다는 2심 판결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며 자신의 세 자녀에 이은 '네 번째 아이'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진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을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유전자 치료제이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크게 주목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품목허가에 앞서 국내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15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3상에서 인보사를 투여한 시험군이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환자군보다 무릎 기능성 및 활동성 평가, 통증지수평가, 골관절염 증상 평가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우월한 결과가 나타나는 등 유효성과 안정성을 확인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인보사는 국내 품목허가에 앞서 2016년 일본 미쓰비시다나베 제약에 최대 5천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가 이듬해 취소됐지만, 2018년 일본 진출을 겨냥한 다국적 제약사 먼디파마와 6천700억원에 다시 수출계약이 체결되는 등 해외에서도 반향이 컸다.

하지만 2019년 3월 인보사의 최초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950160]이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애초 한국에서 허가받을 때 밝힌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름을 확인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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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이 밝힌 인보사 제조 원리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임상계획에 따르면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동종유래 연골세포)로 형질 전환 없이 만든 1액과 동종유래 연골세포에 연골세포증식 유전자인 TGF-β1을 삽입해 형질 전환한 2액을 3 대 1 비율로 합쳐 제조한다.

그런데 2액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에서 유래한 세포(GP2-293)임이 밝혀진 것이다.

코오롱 측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은 식약처는 자체 조사를 거쳐 2019년 7월 약사법상 허가된 의약품과 다른 성분을 제조·판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허가를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지난 7일 서울고법 행정10부의 2심 판결에서도 적법한 조치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인보사 품목허가 신청 당시 표시한 주성분과 실제 성분과 달랐다는 점은 품목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품목허가 취소 사유인 '국민 건강에 위험을 줄 우려가 있는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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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10일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한 후 법률대리인과 협의해 상고 여부와 향후 진행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또 "이번 항소심 판결이 향후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인보사 품목허가취소에 대한 취소소송의 목적은 재판매 등 실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명예와 가치를 회복하기 위함이었다"라고도 밝혔다.

이는 인보사의 국내 판매 재개 여부와 별개로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이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문제가 불거진 당시부터 지금까지 "해당 세포의 기원을 잘못 알았을 뿐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 국내 임상 첫 투약 등 개발 단계부터 허가 이후까지 물질을 변경한 적이 없으며, 현재까지 부종과 두통 등 일반적인 부작용을 제외하고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는 게 코오롱 측 설명이다.

신장 유래 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임상단계에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권고를 받아들여 방사선 조사로 일정 기간 이후 증식하지 않고 사멸되도록 조치했으며, 인보사를 혈관이 없는 관절강 내에만 주사하기 때문에 체내 다른 부위로 이동할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코오롱 측은 FDA가 이 같은 해명을 일정 부분 수긍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FDA는 이 사안이 불거지면서 보류했던 미국 내 임상 3상에 대해 2020년 4월 재개하도록 허용했다.

또 이듬해 12월에는 고관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보사 임상 2상을 승인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척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도 승인했다고 코오롱 측은 전했다.

국내 법원에서 코오롱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개발을 위해 정부로부터 3년간 받은 지원금 82억원을 품목허가 취소 이후 정부가 환수한 것과 관련, 법원은 1·2·3심 모두 "해당 사업의 4개 세부과제 중 3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성분 변경으로 논란이 된 '인보사 임상 시료 생산 및 승인 신청' 과제에 대해서도 성실히 노력했다"며 연구비 환수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인보사 성분을 조작하고 당국에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명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도 위계공무집행방해·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에 대해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인보사는 한국에서 2017년 11월 판매를 시작한 이후 허가가 취소되기 전인 2019년 3월까지 약 3천700여명이 투약을 받았다. 투약받은 환자 가운데 일부는 코오롱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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