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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유명세만 빼먹는 총선 인재영입, 이대론 안 된다[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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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두달여 앞두고 영입경쟁 치열

유명한 인물 내세워 화제성에만 ‘골몰’

당 차원 정책 지원·선거 전략은 모르쇠

정치 장벽에 21대 인재도 잇따라 불출마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4·10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인재영입 전쟁에 돌입했다. 경제·금융·산업계 전문가부터 법조·학계 출신, 과학기술·문화예술인, 스포츠 스타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소위 네임드 인물들의 이름이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21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이 새 인물을 수혈, 총선 필승의 활로를 찾기 위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대 양당의 극한 대치로 정치를 혐오하는 무당층이 많아진 상황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돌려 잡기 위해서다. 또 당 이미지 쇄신 차원이다.

예컨대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 전 국가대표 선수(현 JS 파운데이션 이사장)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씨, 반려견 전문가 강형욱씨 등이 영입 제의를 받았다는 정치권 소문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실제 영입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각 정당이 영입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오직 영입 자체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유명한 인물을 삼고초려 끝에 모셔와 전면에 내세우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데일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사진=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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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영입된 이후에는 당의 태도가 확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특장점을 살린 정책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거나 정작 필요한 선거운동 전략을 세울 때는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실제로 영입된 인물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모른 척하는 오불관언(吾不關焉)식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현역 의원은 “성실하게 살아온 한 개인의 역사를 공짜로 가져와서 당의 이미지를 덮어씌우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며 “특히 중도층을 노리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데리고 오지만 정작 그들의 유명세를 이용해 단물만 빼 먹는 경우도 봤다”고 고백했다. 한 여당 의원은 “내부 회의 때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스포츠스타 등을 일부러 언론에 흘리고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그분이 (영입 제안을) 거절하면 좌파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식의 반응을 보여 당황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21대 국회에도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인재 영입을 통해 국회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결과는 딱히 좋지 않다. 국민의힘에서는 베스트셀러 ‘검사 내전’으로 유명한 스타검사 출신 김웅 의원(새로운보수당 1호 인재)이 불출마 선언을 했으며, 승무원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허은아 의원(비례대표)은 탈당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각종 이력으로 영입됐던 강민정(평교사 출신)·오영환(소방공무원 출신)·이탄희(판사 출신)·홍성국(증권업계 출신) 등 초선들이 21대를 끝으로 국회를 떠나기로 했다.

탄탄대로만 걸을 것만 같았던 영입 인재 출신 초선들이 국회를 떠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갈등 조정하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었지만, 실상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회의감이 들었을 것이다. 국회에 입성할 때 품었던 각오나 목표가 뚜렷했지만 그렇지 못한 정치 현실에 좌절을 겪는 경우도 수없이 봤다. 갈수록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푸념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인재들이 고사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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