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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판사모임 와해 직권남용 맞나…양승태·임종헌 재판부 엇갈린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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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 1심 일단락
"부적절하지만 범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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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47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후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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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47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핵심 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직권남용 혐의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으며 법원의 사법농단 1심 판단은 모두 일단락됐다. 일부 혐의에서는 두 재판부가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법원 형사36-1부 (김현순‧조승우‧방윤섭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9년 재판에 넘겨진 지 약 5년 만에, 임 전 차장도 지난 2018년 기소된지 약 5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기록이 방대한 만큼 최종 선고까지 4시간 넘게 소요되기도 했다. 판결문 쪽수도 약 3200쪽에 달해 사법부 역사상 최대 분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을 비롯한 모든 혐의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실무자인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도 대부분 무죄로 봤다. 이를 두고 법원이 혐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부적절한 재판 개입' 인정했지만…"권한 없으니 남용도 없다"

재판부는 판결문 앞부분에 약 60쪽을 할애해 직권남용죄의 법리를 설명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무상 권한'이 있는지, 이를 남용했는지, 다른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는지, 더 나아가 공모했는지 여부를 따지고 모두 충족해야 혐의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사무의 핵심영역에 관해 사법행정권자인 피고인(양승태)의 직무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직무권한의 존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을 위한 전제 조건이므로, 재판사무의 핵심영역 직무권한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개입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등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봤다. 따라서 직권남용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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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에 '직권남용'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후 법원을 나오는 모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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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 사건' 등에선 함께 기소된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개입이 있었다고 봤지만, 고 전 대법관 역시 재판에 관여할 직무권한이 없어 남용도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가담한 증거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 전 대법관의 부산고등법원장에 대한 요청은 '부적절한 재판관여를 요청하는 행위'이긴 하나, 법원장이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장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 전 대법관에게 직무권한이 인정되지 않아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고 재판장의 재판권 행사가 방해됐다고도 볼 수 없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행위에 가담했다고 할 수도 없다"라고 판시했다.

◆ '물의야기 법관 보고서'도 무죄…"전부터 정례적으로 작성"

법원은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 전부터 문건을 지속해서 작성해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문건 역시 인사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목적이었고, 변칙적인 징계나 문책 수단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급자의 별도 지시 없이도 해마다 정례적으로 작성해온 문건이라는 사실이 인정되고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이 보고서의 존재가 확인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등장한 개별 법관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 국정원장 판결에 대해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을 게시한 A 판사, 행정 업무에 협조를 거부하는 태도를 가진 B 판사, 노동사건에서 노동자 편향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 C 판사 등을 보고서에 포함시켜 부정적인 인사정보를 통보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법률로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을 통제할 의도 하에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인사권을 변칙적인 징계 및 문책 수단으로 남용한 것으로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어 위법하고, 법관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 정당한 비판을 할 권리 및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법관이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 등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저해시키고 재판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 할 위험이 있기에 인사권자의 정책 판단 자료로 제공함이 상당하다"며 "징계나 경고 사항은 인사에 반영할 수 있고 정리해 보고서에 포함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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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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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인권법연구회‧인사모 와해 의혹…재판부 판단 엇갈려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와해 의혹에 대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재판부가 서로 다르게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관의 표현의 자유와 연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위법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법령준수의무가 있는 심의관이 위법한 보고서를 작성할 의무는 없어 심의관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임 전 차장의 보고서 작성 지시는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공모하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임 전 차장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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