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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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두산퓨얼셀은 최대 800억원의 회사채를 조달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모집 금액을 훌쩍 넘어 총 2250억원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이 몰리며 당초 제시한 희망 금리 밴드보다 한참 낮은 5%대 초반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1년 6개월물은 100억원으로 증액하며 개별민평 대비 -120bp(1bp=0.01%p) 낮은 금리에, 2년물 역시 680억원으로 늘리며 -130bp 낮은 수준에서 발행하게 됐다.
지난달 말 민간 채권평가회사 3사(한국자산평가·KIS채권평가·나이스채권평가)가 평가한 BBB급 채권의 1년물 금리는 연 6.9%, 2년물 금리는 연 8.3% 수준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두산퓨얼셀의 회사채 발행 금리가 1~2%p가량 낮다. 통상 비우량채는 상위 등급과 비교해 채무상환 확실성이 떨어져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되는데, 금리가 낮더라도 비우량채를 받아 가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두산퓨얼셀에 이어 AJ네트웍스(BBB+), SLL중앙(BBB) 등 다른 비우량 회사채들도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AJ네트웍스는 1년물(190억원), 2년물(300억원)로 나눠 모집하는데, 각각 개별민평 대비 -80bp, -52bp 낮은 금리에 발행하기로 했다. 조달 금리는 연 5~6%대다. SLL중앙은 주문이 몰리며 연 7%대 금리로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최근 비우량 회사채가 인기를 끈 배경에는 공모주 시장의 활황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부터 하이일드 펀드에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이 기존 5%에서 10%로 늘어나면서, 공모주를 더 많이 받기 위해 비우량채를 편입하려는 하이일드 펀드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투자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45% 이상을 포함해 국내 회사채를 60% 이상 담을 경우,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모주 투자 열기는 뜨겁다. 지난달 증시에 입성한 우진엔텍, 현대힘스 등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까지 오르기도 했다.
운용사들 사이에선 BBB급 사모 사채를 구하는 것도 치열하다는 분위기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31일 납입을 마무리한 르네상스하이일드플러스펀드의 경우, 100억~150억원을 모집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240억원 정도가 모였고, 사모 사채를 직접 소싱했다”며 “최근엔 하이일드 펀드에 비우량채를 안정적으로 편입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우량채 인기가 높아지면서 콘텐트리중앙(BBB), 이랜드월드(BBB) 등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기로 했다. HL D&I 한라(BBB+), 두산에너빌리티(BBB), 한진(BBB+) 등은 발행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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