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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9%→3%' 물가는 잡혔는데…"인플레 끝" 선언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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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좀 더 지켜봐야" 금리인하 결정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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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월 31일 (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에서 열린 기준금리를 5.25~5.50%로 4연속 동결한 올들어 첫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3월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2024.2.1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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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들의 물가 지표가 수개월째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미루고 있다. 10%대 안팎까지 무섭게 오르던 소비자 물가가 2~3%대 목표 수치로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인상)이 끝났다"는 선언을 올 하반기로 미루는 분위기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섣불리 거두지 못하는 배경에는 일자리 급증, 임금 인상, 낮은 실업률 등 뜨거운 노동시장 지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구조 변화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2%대 물가'로의 회귀가 쉽지 않은 데다 세계 곳곳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산재한 점도 정책 변수로 꼽힌다.


"서두르지 않겠다"…신중한 중앙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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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 당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6월 이후 수개월째 3%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인터뷰에서 금리를 성급하게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재차 우려를 표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조정에 앞서 인플레이션이 2%까지 지속적으로 내려오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정책 결정이 너무 늦어져도 경제침체 등 타격이 큰 만큼 균형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의 신중한 기조는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11월 각각 11.1%, 10.4%를 기록한 뒤 지난해 11월 각각 3%대로 떨어졌지만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물가상승률이 2%까지 떨어지는 등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넘치는 일자리에 깜짝…저물가 회귀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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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쇼핑몰에 채용 공고가 붙어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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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지표가 안정세인데도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노동시장의 과열이다. 시장에선 "미국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세계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땅에 묻혔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미 노동부는 지난 2일 올 1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 대비 35만3000건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48만2000건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5000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올 1월 실업률은 3.7%로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KPMG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팬데믹이 끝난 뒤 직원 고용에 애를 먹었던 기업들이 노동력 비축에 골몰하면서 노동지표를 탄탄하게 견인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이 들썩이면서 임금도 뛰었다. 올 1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 대비 0.6% 상승했다.

저물가의 근원이었던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1~2%대 물가 시대로의 회귀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 등도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결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언제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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