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때 25%보다 수위 더 높여
무역 최혜국 대우 폐지 뜻도 밝혀
디리스킹→디커플링 기조 바뀔듯
골드만삭스 “中투자자, 재집권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일(현지 시간)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연설하고 있다. 내슈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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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국산(産) 제품에 6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던 집권 1기보다 훨씬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예고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현재 미국의 대(對)중국 평균 관세 12%의 5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통상정책 관련 그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트럼프 효과’도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차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에는 거리를 두면서 재집권 시 중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겼다.
● 트럼프 “中에 관세·제재 반드시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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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중국에 60%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아마 그 이상일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에 관세와 제재를 같이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중국은 미국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재집권하면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MFN·Most Favored Nation) 대우를 폐지하고, 평균 관세율이 40%인 적성국을 대상으로 한 ‘칼럼Ⅱ’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모든 외국산 제품에 현재 관세에 최고 1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 관세’ 등을 더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소 6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중이던 2018, 2019년 당시 ‘무역법 301조’ 등을 적용해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 이유가 자신의 일방적인 보호무역 정책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철강 산업을 파괴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60% 관세 구상이 현실화하면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는 대치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일정 부분 협력을 모색하는 현재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완화)’ 기조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로 바뀌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갈등 격화로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이미 한 해 전보다 13.1%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율을 다섯 배로 올리면 미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 싱크탱크 조세재단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수입품이 없으면 미 소비자물가 상승 등이 불가피하며 연간 1조5000억 달러(약 2006조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 골드만삭스 “中투자자, 트럼프 재집권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지난달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의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모두 이겼을 때 “중국 주식시장이 미친 듯이 하락했다”고도 했다.
실제 그의 이날 발언이 알려진 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또한 중국 투자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경기 둔화, 주가 하락, 부동산시장 침체 등과 함께 주요 투자 위험으로 꼽았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어 “중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사안은 그의 재집권 시 중국에 미칠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가능성,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좋아한다. 내 임기 동안 좋은 친구였다”고 했다. 대만 지원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협상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도 남긴 셈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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