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다섯째 주 두바이유 가격 배럴당 82달러…한 달 전보다 5달러 ↑
수입원유 시차 두고 국내 물가 등 영향…지정학 리스크에 전망 '흔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과 연합군 반격 등 글로벌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물가와 경제성장률의 최대 변수로 기름값을 꼽아왔던 만큼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경제 하방 리스크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다섯째 주(1월 28일~2월 1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2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77달러대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25일 이후 80달러로 뛴 데 이어 또다시 2달러가량 오르면서 80달러 중반에 성큼 다가섰다.
유가가 이처럼 상승한 것은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영향이 크다. 최근 홍해 상에서 상선들을 공격해 온 후티 반군에 대응해 미국과 영국 등이 연합해 보복 공습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홍해 해상을 지나는 선박들의 물동량 축소가 현실화됐고 중동산 원유 수입 등 에너지 수급 불안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상향에 따른 수요 확대 기대감 등도 기름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은 국제 유가가 올해 국내 물가와 성장률 흐름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라는 점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강조해 왔다. 급등한 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돼 직간접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8% 상승한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개최한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가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중동 리스크와 유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상황(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되지 않겠느냐는 전문가 견해가 많은데 그에 맞춰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저희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유가가 제일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 연말 내놓은 '2024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국제 유가 전망에 대해 "2023년 4분기 이후 유가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며 연평균 85달러(브렌트유 기준)를 제시했다. 다만 해당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경우 유가가 연간 92달러까지 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물가(기존 예상치 2.6%, +0.2%포인트 상승)는 뛰고 한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전망치(2.1%)보다 0.2%포인트 낮은 1.9%를 기록해 2년 연속 1%대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악재는 한은의 통화긴축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물가 안정 '마지막 단계(라스트 마일, last mile) 리스크에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긴축을 상당 기간 일관되게 시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이달 초 올해 경제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섣부른 조기 금리 인하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향후 신중한 통화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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