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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총선 목전에 경기도 개발 공약(空約) 쏟아내는 정부·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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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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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대규모 개발 및 감세, 규제 완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약은 수도권, 특히 여당이 열세라고 평가받는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空約)’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동훈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는 3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성균관대역 근처를 찾아 철도 지하화를 통한 구도심 성장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철도가 도심을 지나 물과 기름처럼 양쪽을 가르게 되면 도시 발전을 저해하고 사람들 생활을 양극화하는 요인이 된다”며 “이번 총선에서 그런 부분이 해결되면 해당 지역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수원 지역 예비후보인 김현준 전 국세청장(수원갑),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이수정 경기대 교수(수원정)는 이날 수원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강남 고속도로 신설,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 지하철 3호선 수원 연장 등 3대 합동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기 의정부시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연장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동시에 철도 지하화 종합계획 수립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GTX 시대, 철도·도로 지하화,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 등 ‘3대 교통혁신 사업’에는 민간 재원 포함 총 134조원이 소요된다.

윤 대통령은 올해 업무보고를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각 지역을 돌며 진행하고 있다. 이날까지 윤 대통령이 참석한 6번의 민생토론회 중 5번이 경기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용인(4일), 고양(10일), 수원(15일), 의정부(25일), 성남(30일)을 찾아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증액,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게임산업 육성 등을 공약했다. 모두 경기권이 집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한 위원장은 이번주에 민생 현장 방문 일환으로 경기 구리시도 방문할 예정이다. 구리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말 꺼낸 ‘서울 메가시티’ 공약에서 경기 김포시와 함께 서울 편입 대상에 포함된 곳이다. 해당 지역에선 서울 편입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개발 확대를 기대하는 심리가 퍼져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메가시티는 우리 당이 굉장히 진지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총선을 목전에 두고 경기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석이 있는 경기도에서 패할 경우 여당의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에는 2020년 총선 때 지역구 의석 253석 중 59석(23.3%)이 배정됐는데,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51석을 차지하며 사실상 싹쓸이했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경기 7석 포함 수도권(121석)에서 16석에 그치며 전체 103석의 참패로 이어졌다. 경기도는 4년 전에 비해 인구가 증가해 이번 총선에선 의석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이 찾은 지역들은 경기도 남부와 북부의 중심 도시면서 여당이 열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수원(5석)·고양(4석)·의정부(2석)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고, 용인(4석)과 성남(4석)에선 각각 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에선 서울에 거주하던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경기권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도 선거가 특히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에서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반도체 투자, 철도 지하화 등 공약뿐 아니라 김현준 전 청장, 방문규 전 장관, 이수정 교수 등 중량감 있는 라인업을 구성했다. 수원은 고 남평우 전 의원·남경필 전 경기지사 부자가 7선을 하는 등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평가받았으나, 20·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5개 의석을 모두 차지했다. 다만 경기권에서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여당의 인물난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온 유승민 전 의원을 등판시켜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다음 세대들의 세금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텐데, 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추진하는 것이 우려된다”며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면서 세수 확보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철만 되면 되살아나는 현실성 떨어지는 공약의 재탕이란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철도 지하화 등 사업은 수십년 전부터 선거 때마다 추진되던 사업이라며 “여야가 정확한 데이터 없이 선거 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니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핑계로 수도권 여당 약세 지역을 돌며 총선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경향신문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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