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인사 불이익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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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비판 글 썼던 판사들
법원행정처, 보고서로 올려
양 전 대법원장 직접 결재
“적법한 사법행정권 행사
보고서 자체도 위법 아냐”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은 사법농단 사건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매년 2월 이뤄지는 전국 법원 판사들의 대규모 전보인사와 각종 승진·선발성 인사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대법원장에게 있어 판사들이 윗선 눈치를 보는 관료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 불이익’ 혐의에 법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내용을 28일 살펴보면,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판사 등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사가 글을 써 언론에 보도되는 등 주목을 받으면 곧 물의를 일으킨 것이므로 인사권자가 이를 참고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법관 인사 불이익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 법원행정처가 소위 ‘물의야기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에 오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사실 중 재판 개입과 법관 독립 침해는 법원행정처 실무자들의 행위에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한 것으로 돼 있는 반면 법관 불이익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실행한 것으로 돼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브이(V)’ 표시로 인사 불이익을 결재한 문건이 증거로 제출됐다.
검찰은 대법원을 비판하는 글을 쓰거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검토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것은 법관 독립 침해라고 주장했다. “법관은 징계처분에 의하지 않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106조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법관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양 전 대법원장의 행위를 두고 “징계처분을 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처분 없이 이를 인사 결정에 고려하는 것은 적법한 사법행정권의 행사”라며 “징계권을 행사할 것인지 인사권을 행사할 것인지는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 재량 판단 사항에 속한다”고 했다.
법관 인사 불이익이 헌법이 금지한 불리한 처분도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인사 희망은 여러 고려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전보인사라고 하더라도 그 인사처분을 헌법에 규정된 불리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비판 글을 쓴 것이 물의야기 보고서에 오를 일인지를 두고도 ‘물의야기 보고서는 인사권자의 정책판단 자료’일 뿐이라며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법원 대내외적으로 논란이 있었고 법원장이 작성한 근무평정에도 게시글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므로 물의야기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인사권자의 정책판단 자료로 제공함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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