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지난 28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이낙연 인재위원장과 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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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신당들이 당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들이 창당을 주도해온 새로운미래(이낙연 전 국무총리 주도)와 미래대연합(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주도)이 가칭 ‘개혁미래당’으로 통합하자 먼저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대표가 견제구를 날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제3지대 빅텐트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다툼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임승차는 지하철이든 당명이든 곤란하다”고 쓰며 개혁미래당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제3지대 주자들 중 ‘개혁’을 선점했는데 후발주자가 이를 따라한다는 불만으로 풀이된다. 개혁신당과 합당을 선언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도 29일 BBS 라디오에 나와 개혁미래당 측이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며 “표절 논란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개혁미래당은 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사당명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당원 공모 등을 통해 당명이 바뀔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준석 대표한테 그런 느낌을 줬다면 유감스러운 일인데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개혁미래당이라는 당명에 대한 당 내부의 선호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당법은 정당끼리 유사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및 정당의 명칭(약칭 포함)은 이미 신고된 창준위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 개혁미래당도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 중 ‘미래당’과 당명이 비슷해 선관위가 불허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2020년 총선에서도 제3지대 당명이 기존 정당과 유사해 바뀐 일이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한 신당 사례가 대표적이다. 안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신당을 만들고 선관위에 국민당으로 신고했다. 당초 안철수신당으로 선관위에 신고했으나 선관위는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가 정당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불허했다. 선관위는 국민당도 이미 등록된 ‘국민새정당’과 비슷하다고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결국 안 의원은 자신이 2016년에 창당했던 ‘국민의당’ 이름을 2020년 신당에도 다시 사용했다.
2020년 당시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에 기반을 둔 제3지대 정당들이 통합해 만든 민생당도 마찬가지의 사례다. 이들은 창준위 단계에서 ‘민주통합당’으로 합당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2016년에 만들어진 원외 정당 ‘통합민주당’과 유사하다고 봤다. 3당은 결국 민생당을 창당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민주당 계열 정당이 이미 쓴 이름이기도 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찰, 소방 등 여성 신규공무원 병역의무화’를 발표한 후 퇴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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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전에도 신당 이름에 개혁이 포함되곤 했다. 2002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 인사들이 창당한 ‘개혁국민정당’과 2012년 창당된 ‘개혁국민신당’이 있다. 두 정당은 모두 해산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총선용 비례연합정당 구상을 밝히며 그 이름으로 ‘개혁연합신당’을 쓴 바 있다.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준)이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에 속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생겨나는 제3지대 신당의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당명에 지향하는 가치나 시대과제를 주력해 담고자 하기 때문이다. 당명으로 거대 양당과 차별화 승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주요 제3지대 당명(창준위 포함)의 키워드는 개혁(개혁신당, 개혁미래당), 미래(새로운미래, 미래대연합), 새로운(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이다.
개혁미래당이 개혁신당과 비슷한 이름을 쓴 것은 향후 제3지대 빅텐트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개혁미래당 측은 “꼭 그걸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빅텐트 통합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향자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가치와 비전에 동의를 하면 열려 있지만 인위적으로 표를 위해서 합쳐보자고 하는 것은 실패의 정치 역사”라며 “총선 일정상 보더라도 창당하고 다시 합당한다 이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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