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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무리한 기소" vs "상급심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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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1심서 모두 무죄…"수사 자체가 무리, 정치적 분위기 따라 접근"

"법관이 하면 안될 일 한 것 맞고 형사처벌 사안인지가 쟁점…대법 가봐야"

연합뉴스

1심서 무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4.1.26 [공동취재]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권희원 조다운 기자 =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돼 47개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과 상급심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는 26일 각종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급자들의 직권남용죄 등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고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가담 등 공범 관계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직권남용 법리에 맞지 않는 부분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찰권이 그동안 너무 남용됐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도 "사법농단 수사 자체가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정치적인 분위기에 따라 진지한 성찰 없이 형식적인 법 논리로 접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 책임은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2019년 양 전 대법원장을 수사해 기소할 당시 윤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한 비대위원장은 3차장검사이자 수사팀장이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수사할 때부터 '너무 심하게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열심히 일했던 판사들까지 망신을 당하고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 사건 수사가 대법원 자체 조사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협조 방침을 밝히면서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린 것이라는 얘기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이 사건의 시발점을 짚어야 한다. (대법원 1차 조사에서) 이미 별 문제 없다고 한 것을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하라고 한 것"이라며 "(사실상 검찰 수사를 허용한) 전임 대법원 집행부,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들, 영장을 발부했던 판사 등이 모두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 '정점' 지목된 양승태…5년 재판 끝에 '무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6 [공동취재] ondol@yna.co.kr


반면 5년이나 이어진 재판 끝에 1심 법원이 각종 혐의에 대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서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거나 양 전 원장의 처신이 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왔다.

사법농단 자체가 초유의 사건이었고 수사·기소 당시에는 양 전 원장의 주된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관련해 법리가 명확히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던 터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검찰의 결정을 무리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로펌에서 일하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소 당시에는 직권남용 법리가 정치하게 정립돼 있지 않았다"며 "이후 국정농단 등 재판에서 하급심부터 대법원까지 직권남용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이 많이 나왔고 최근에는 많은 법조인이 무죄를 예상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법관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은 맞고 다만 그게 형사적으로 처벌될 일인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판사는 "사법부 수장이 구속 기소된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무죄가 나왔지만 착잡하고 복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심의 무죄 판단이 향후 상급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열려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일단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결국 대법원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충분히 준비해서 항소할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 1심만 가지고 무리한 수사였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하려는 의도로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 등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려 했다는 2018년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는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여론이 들끓자 김 전 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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