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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장장 네시간반 선고…생일에 무죄 받은 양승태, 기쁜 기색 숨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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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드문 장시간 선고에 이례적 휴정까지…법정서는 탄성·박수

연합뉴스

1심서 무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4.1.26 [공동취재]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권희원 이도흔 기자 =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이례적으로 장시간 진행되면서 법정에서 보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법 358호 법정에 들어선 재판부는 본격적인 판결 이유 설명에 앞서 '장시간 선고'부터 예고했다.

재판장인 이종민 부장판사는 "공소장이 300여페이지에 달한다. 따라서 판결 이유 설명만으로 상당히 많은 시간이 예상된다"며 "일과 중 선고가 마쳐질지 미지수다. 휴정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장이 입정하며 법대 위에 약 40㎝ 두께의 서류를 올려두자 방청석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양 전 원장 측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 증거 능력에 대한 판단에 이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별 판단 설명을 2시간 10분간 이어갔다.

재판장은 이마를 쓸어 넘기며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증명이 없다" 등 내용의 판결 요지를 쉼 없이 읽어내렸다.

혐의가 47개인 만큼 재판부는 별도 PPT 자료를 준비해 넘겨가면서 판결을 선고했다. 각 혐의마다 직무 권한 존재 여부, 직권 행사 여부, 직권 남용 여부, 의무 없는 일 해당 여부, 공모 여부로 항목을 나눈 다음 인정 여부를 O 또는 X로 표기하는 식이었다.

마스크를 쓴 채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양 전 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판결문 낭독 내내 미동 없이 두 눈을 감고 있거나 허공을 응시했다.

판결문 낭독 시간이 길어지면서 양 전 원장은 이따금 미간을 찌푸리거나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보전처분 관련 재판 개입 혐의 설명을 마치자 재판장은 오후 4시 10분께부터 10분간 휴정한 뒤 다시 낭독을 이어갔다.

휴정 시간 양 전 원장은 법정 안에서 변호인과 대화하며 눈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법정 안에는 92석의 방청석이 변호인단, 취재진,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휴정 후로도 2시간여 가까이 선고 재판이 지속되자 양 전 대법원장은 간혹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만지기도 했다.

3시간가량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재판장이 중간에 범죄일람표 순번을 잘못 말해 정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6시 23분께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하겠다. 일어나 달라"고 말하자 세 사람은 나란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침내 재판장이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고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탄성과 함께 짧게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기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장을 바라보며 무죄 선고를 들었다.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의 생일이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법정에서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무죄를 선고받은 뒤에는 마스크를 벗고 법원을 나섰다.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당연한 일을 명쾌하게 판단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면서는 엷게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가 입정해 최종적으로 주문을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27분이었다.

법원이 따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는 않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린 선고 공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거 주요 사건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에 1시간 40분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공작' 사건 1심 선고에 1시간 30분이 걸린 바 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진·이민걸 전 판사의 1심 선고도 3시간 이상 진행됐지만, 일과 시간인 오후 6시를 넘기지는 않았다.

한편 양 전 원장 시절 일선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도 자리해 재판을 지켜봤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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