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총선 앞 '네탓 공방'
사업비 최소 6조원 달빛철도법 일사천리 가결…양당 텃밭 표심 구애
여야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총선 표심을 의식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합의가 불발되자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반면, 여야는 핵심 지지기반인 영·호남에서 표가 되는 '달빛철도특별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 |
◇ 중대재해법 유예 협상조차 안해…본회의 처리 무산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회동에서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2년 유예 법안의 25일 본회의 처리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날 오전에는 회동조차 하지 않았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으로, 오는 27일부터는 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국민의힘은 대다수 중소기업이 현장 준비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법 시행 유예를 호소하고 있다며 작년 9월 법 적용 유예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5개월째 국회 법제사법위에 계류돼 있었다.
여야는 그간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과 관련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끝내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정부·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민주당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에 진척이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하지 않으려 새로운 조건을 들고나온 것"이라 주장했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법 시행 유예 얘기를 꺼낸 초창기부터 제시했던 안"이라고 반박하며 논의가 막혔다.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에 '25인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시행을 1년간 유예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수용하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기자들에게 "법이 아무리 선의로 만들어졌다 해도 현실이 그것을 수용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당연히 보류해야 하지 않나"라며 민주당에 "왜 이렇게 비정하게 정치하나"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소속 의원 전원이 규탄대회를 열었다.
반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전 당 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지난해 11월 산업안전보건청이 핵심이라 했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법이 시행돼 현장에 혼란이 있다면 준비하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달라는 민주당 요구까지 걷어찬 정부·여당이 그 책임을 다 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와 중기중앙회장 |
[그래픽]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계획 |
◇ 여야, '영호남서 표 되는' 달빛철도법은 일사천리 처리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특별법'에 대해선 합심해서 통과시켰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최근 회동에서 달빛철도법의 25일 본회의 통과에 합의했으며, 전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작년 8월 대표 발의하고,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재석 의원 216명 중 찬성 211명, 반대 1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2030년 완공이 목표인 달빛철도는 총연장 198.8㎞로 대구(서대구), 경북(고령), 경남(합천·거창·함양), 전북(장수· 남원·순창), 전남(담양), 광주(송정) 등 6개 광역 지자체와 10개 기초 지자체를 경유한다. 철도가 개통되면 광주부터 대구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 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등이 포함된 이 법안에 대해 '예타 취지 및 예타를 진행 중인 다른 노선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국회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조항을 넣어 강행 처리했다.
달빛고속철도 건설의 예상 사업비는 단선 기준으로 최소 6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에 영향을 주는 달빛철도법은 일치단결해 처리한 반면, 중소기업계가 혼란을 우려하고 경제계와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어 '정치'의 역할이 필요한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에 대해선 외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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