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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물가 둔화세라는데…'체감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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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해 10월 3.8%까지 반등했던 소비자물가가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생활물가지수는 113.69(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3.9%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2022년(6%)보단 낮지만 여전히 4%대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 및 기본 생활필수품 144개 가격을 바탕으로 작성한다. 458개 전체 품목을 조사하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괴리가 적어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지표로 불린다.

지난해 연간 생활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보다 0.3%p(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전체 물가에 비해 서민들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물가가 더 높았다는 의미다.

특히 가중치 기준연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생활물가는 3년 새 13.7% 급증했다. 3년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1.6%보다도 2.1%p 높다.

먹거리 물가 상승이 체감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3년 전보다 생활물가를 구성하는 품목 중 식품 물가가 18.2% 오른 반면 식품 이외 물가는 11%로 상대적으로 적게 올랐다.

대표적으로 3년 전보다 △식용유 63.4% △소금 57.3% △국수 54.2% △수박 45.5% △귤 44.8% △오이 41.4% 등이 크게 올랐다.

반면 3년 전보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각 시·도 교육청이 보조금을 지원하는 유치원납입금(-30.6%), 일상 회복으로 사용량이 감소한 마스크(-29.3%) 등에 그쳤다.

한동안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을 중심으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사과(10kg·후지) 중도매가격(중도매인 상회에서 소상인 및 실수요자에 판매하는 가격)은 8만8880원으로 1년 전(4만5380원)보다 95.9% 뛰었다. 같은 기간 배(15kg·신고) 중도매가격도 4만6780원에서 7만7740원으로 66.2% 올랐다.

정부는 설 성수품으로 지정된 16개 품목에 대한 수급 관리를 통해 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과와 배를 제외한 성수품 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사과와 배는 생육기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설 명절 기간에는 비축분을 최대한 풀어 가격 상승률을 한자리수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번 고물가는 해외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다든지 국내적으로 이상기후 때문에 작황이 안 좋고 가격이 불안해지는 게 공급 측면"이라며 "비용상승 압력을 최대한 정책적 지원으로 흡수해 각 경제주체의 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생활물가가 전체 물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생필품 중 식료품은 국내 자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식료품 수입을 거의 안 하고 있어 국내 사정이 변하면 (식료품 가격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높다"며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식료품 수입을 하기 시작하면 농민 보호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3% 미만으로 내려가더라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평균적으로 0.7%p 높으니까 거의 4% 수준"이라며 "CPI(소비자물가)가 충분히 낮아져야 생활할 때 느끼는 고통도 줄어들기 때문에 물가는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야 할 필요가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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