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태영건설 등 국내 PF(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인한 충당금에 증시 불안까지 겹친 탓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업종지수는 지난 19일 604.56에 마감해 올해 들어 8.21% 하락했다. 코스피지수 낙폭(6.87%)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이는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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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은 지난 1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빅5 증권사( 미래, 한국금융, 키움, NH, 삼성) 의 4분기 합계 순손실이 73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1652억원), 미래에셋증권(-1168억원)이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로 인해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해외부동산 평가손실 및 국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비용도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영풍제지 미수금으로 인한 일회성 손실이 큰 키움증권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 등 대체투자로 인한 손실이 큰 만큼 실적 회복이 오래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역시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을 점쳤다. 미래에셋증권(-1610억원), 키움증권(-1814억원), 한국금융지주(631억원), 삼성증권(513억원), NH투자증권(785억원) 5곳의 합산 순손실을 1496억원으로 추정했는데, 미래에셋증권 실적 예상치가 업계에서 가장 낮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사 합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46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2.5% 축소될 것"이라며 "순상품운용손익 및 기타손익도 영풍제지 미수금 4300억원(키움증권)에, 국내 부동산PF 충당금과 해외 상업부동산 손상차손 등으로 대규모 비용이 인식돼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증권도 미래에셋증권이 77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금융지주(1100억원), 삼성증권(1000억원), NH투자증권(1050억원) 등을 합한 4사 순이익은 239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홍재 현대차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대폭 하회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보유자산 평가손실 및 충당금 영향"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은 프랑스 부동산 관련 손실을 약 400억원 추가 반영하고, 이외 투자목적자산도 손실 인식돼 적자 전환할 것이고 다른 증권사도 해외 부동산 및 태영건설 관련 손실 등을 반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진=임종철 |
부동산 PF 구조조정은 올해에도 지속되는 이슈다. PF 신용공여를 활발히 진행해온 증권사들의 경우 당분간 실적 악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사태 관련 증권사들의 영향은 자본·이익 체력 대비 크지 않지만 추후 부실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딜 정체에 따른 수익 회복 저하 등이 부담"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금융당국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구조조정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인식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 회복 시기는 하반기로 점쳐진다. 금리 인하가 시작돼 자산건전성이 개선되고, 채권 트레이딩 손익이 좋아져야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비용인식이 일회성으로 끝나고, 주가가 충분히 하락한 증권주들은 관심 가질만 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키움증권과 한국금융지주다.
안영준 연구원은 "대부분 일회성 비용이어서 추후 대규모 비용 발생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2024년부터는 경상 이익도 회복될 것"이라며 "올해 금리 하락과 더불어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개인투자자 증시 유입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증시 거래대금 증가 수혜가 크고, 부동산 익스포저는 낮은 키움증권과, 일회성 비용 반영에도 양호한 수익성을 시현했지만 주가 낙폭이 큰 한국금융지주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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