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발 물류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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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혀버린 교역 항로, 한달새 SCFI 두배…"사태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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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류 동맥인 홍해 항로가 막힌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폐쇄 위기가 고조되면서 해운 운임이 급등해 물류 대란 우려가 커졌다.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과 미국 서해안을 오가는 화물노선 운임을 나타내는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전주 대비 16.3% 오른 2206.03를 기록했다. SCFI 지수가 2000선을 넘은 것은 2022년 9월 23일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지난달 15일(1093.52)에 비해선 2배 넘게 올랐다.
운임이 오른 것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국한됐던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하는 가운데 공급망 리스크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반발로 지난 연말부터 홍해를 지나가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후 선박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택해 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홍해 운항 제한에 따른 컨테이너선 시장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에즈운하를 이용한 주간 평균 컨테이너선은 114척에 달했지만, 올해 첫 2주간은 50척 이하로 급감했다. 홍해~이집트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곳으로 수에즈 운하를 지난다. 수에즈운하는 세계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핵심 해상물류 통로로 평가받는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11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과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해군은 이날 오전 오만만 해역에서 법원 명령에 따라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며 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하는 가운데 이란도 자국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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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교역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영국 다국적군은 예멘 내 후티 반군 장악 지역 16곳을 타격하는 등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지역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6분의 1, 천연가스 물동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두 항로 모두 운임이 뛰었다. 상하이~유럽 항로 컨테이너 운임은 12일 기준 1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3103달러로 지난달 1일보다 3.6배,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상하이~중동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은 1TEU당 2224달러로 1.9배 상승했다.
관건은 사태 장기화 여부다. 컨테이너 선사들이 위협을 감수한 상태로 수에즈 운하 통행을 조기에 전면 재개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은 장기 계약을 맺은 까닭에 단기 운임 상승의 영향이 제한적이라 당장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중소 수출기업이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수출 물량이 크지 않고 단기적인 물류비 인상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운임 급등세는 중국의 춘절 성수기 등을 지나면 다소 완화될 수는 있지만 운항거리가 늘어나 선박 운항 시간이 길어져 한동안 선복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사태가 길어지면 유럽행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기업들을 중심으로 타격이 현실화되기 때문에 미리 장기 계약을 맺는 등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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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발 물류난에 자동차도 위기?…"전기차는 타격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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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2023년 11월20일 예멘 후티 반군이 공개한 사진에서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가 후티 반군에 나포되고 있다. 2023.11.2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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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발 물류난으로 공급이 정체되고 물류비가 증가했지만 전기차 시장에는 당분간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기차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만큼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1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와 볼보는 최근 주요 자동차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유럽 일부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무역항로인 홍해와 수에즈 운하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막히면서 선박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품이 공급되기까지 7~8일가량 더 소요되는 등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 등 일각에서는 이같은 부품 공급난으로 전기차 시장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인 유럽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67%를 아시아로부터 수입한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테슬라를 필두로 가격 전쟁까지 불사하는 등 전기차 판매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수익성을 희생하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 공급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고 물류비용이 늘어나면 전기차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MSC·머스크 등 주요 글로벌 해운사는 이미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선박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운임도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2206.03으로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뛰는 등 물류비가 급등 중이다.
그러나 완성차업계는 정작 홍해 사태가 전기차 시장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폭스바겐과 포드, GM(제네럴모터스) 등 주요 완성차업체는 전기차 수요 부진에 당초 예정됐던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이미 판매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연초에는 보조금도 지급되지 않는 등 생산이 축소되는 시기에 공급난이 수요 축소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배터리와 전기차가 과잉공급되면서 '물량 밀어내기' 판매가 이어졌다"며 "오히려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부품 공급이 2~3주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BMW·폭스바겐·르노·스텔란티스 등 다른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계는 물류난에 따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홍해발 물류난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의 특이사항은 없다고 했다. 현대차는 체코와 튀르키예, 기아는 슬로바키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체코 공장에서만 코나EV 전기차를 생산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이슈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홍해발 물류난이 전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도 시점이 늦어지면서 마케팅 측면에서 판매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전기차 판매는 수급 조절 단계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전기차 판매 둔화는 향후 2~3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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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에 꿈틀대는 유가…정유업계도 긴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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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에 따라 유가가 꿈틀대고 있지만, 정유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국면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15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2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7.6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로, 보통 배럴당 5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4분기 평균 5.5달러, 1월 둘째주 6.8달러를 거치며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 개선은 정유사들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3분기 OPEC+ 감산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배럴당 10달러를 넘어서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겼던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4분기의 경우 수요 부진 등에 따라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정유 4사의 실적이 반토막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최근의 정제마진 상승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처지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기 시작며 가격 불안정성이 늘었고, 여기에 덩달아 정제마진까지 올라가는 모양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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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가 원유의 70% 이상을 수입하는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 핵심 교역 항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가 일촉즉발이다. 지난해 12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홍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 유가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80달러 이하를 보이던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 80달러 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가격 인하를 발표했음에도 상승세는 잠재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 정세 불안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12일에는 두바이유 가격이 전일 대비 배럴당 1.73달러 오른 79.03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문제가 장기화되는 데 따른 부작용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역의 중심지인 중동 항로가 계속 불안하면 글로벌 공급망 이슈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유가 상황과 겹쳐 세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석유제품 수요 부족 현상이 해결될 수 없단 뜻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국내 주요 원유 수입처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의 입구"라며 "이곳이 막혀버린다면, 아무리 시장에서 석유제품의 가격이 뛰는 상황이라도, 원유를 못 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란의 원유 생산 및 수출이 늘어나며 OPEC의 감산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 측면이 있다"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란 원유 공급에 변화가 있을 경우, 원유시장 내 공급 불안은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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