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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총선 이모저모

[동십자각]'총선용 스펙'이 된 장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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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정치부 차장

공직선거법상 공직자의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인 11일을 앞두고 정부 장차관급 공직자들의 사퇴가 이어졌다. 19개 정부 중앙 부처 중 총선을 위해 지난해 12월 장관 교체가 확정된 곳은 국가보훈부·기획재정부·외교부 등 9개로 절반에 달한다.

총선은 200개 이상의 지역구에서 동시에 치러져 유권자에게 후보자를 알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언론 노출 기회가 많은 장차관급 공직 경험은 큰 경쟁력이다. 정부 고위 공직에서 쌓은 역량을 국회에서 다시 발휘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기대할 수도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난 장관들 중 한 명인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0일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구상안과 상이등급 판정 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미 같은 달 4일 대통령실에서 후임 보훈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해 사임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내놓은 총선 출마 선언과 지역구를 당에 위임하겠다는 발언이 주목받았다. 보훈부 정책 발표가 총선 출마 후보를 알리는 자리가 된 셈이다.

이처럼 정부 고위 공직이 ‘총선용 스펙’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정책을 좌우하는 고위 공직자의 교체는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며 그 주기가 짧을수록 부작용은 심해진다. 전임 장관 시절 만들어진 정책을 후임 장관이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고위 공직자 교체는 정책의 신뢰성까지 훼손한다. 재임 기간 내놓은 정책이 당선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회와 정부의 주요 직위를 소수 인사가 독점하는 ‘회전문 인사’ 문제도 생긴다. 한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입법)와 행정은 엄연히 다른 영역인데 양쪽에서 여러 주요 직책들을 거친 사람이 유능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사실은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자리일수록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데 여러 분야에서 그렇게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편향적 관점의 정책도 회전문 인사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총선 승리가 절실한 대통령실과 여당 입장에서는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가 중요한 자원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원의 사용 목적이 사회 구성원인지, 총선 승리인지를 따져보면 답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장차관을 특정 정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차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경제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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