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렌즈 아반도 |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치나누 오누아쿠에게 밀려 허리를 크게 다친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의 필리핀 선수 렌즈 아반도 측에서 소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정관장 구단에 따르면 아반도의 에이전트는 경기 중 고의적 상해 행위가 인정돼 피해 보상이 이뤄진 사례를 알아보는 등 최근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자문을 하는 중이다.
최종적으로 아반도의 의사에 따라 오누아쿠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구단 측 설명이다.
오누아쿠는 지난달 28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소노와 정관장의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아반도에게 거친 파울을 범했다.
2쿼터 도중 리바운드를 위해 점프한 아반도를 뒤에서 밀었고, 아반도는 중심을 잃고 떨어져 크게 다쳤다.
허리뼈 두 곳이 부러졌고, 손목 인대 염좌, 뇌진탕 등 진단도 받았다. 회복까지 최소 4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식사 등 최소한의 거동을 빼면 뼈를 붙이기 위해 누운 채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아반도와 구단은 선수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의 큰 부상이라고 본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탄력을 이용한 고공 플레이가 강점인 만큼, 운동능력 저하가 곧 선수로서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구단은 KBL 재정위원회가 오누아쿠에게 징계를 내린 사실을 토대로 고의성을 따져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KBL 재정위는 오누아쿠가 비신사적 행위를 저질렀다며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징계와 별개로 아반도는 오누아쿠에게 도의적 사과를 받지 못해 마음이 상했다는 게 구단 설명이다.
소노의 오누아쿠 |
해당 경기에서 신경전을 벌였던 김진유는 개인적으로 연락해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오누아쿠는 직접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구단 직원을 통한 사과는 전했으나, 이게 오누아쿠의 진심이 맞는지 아반도 측은 의심하고 있다.
전날에는 프로농구 팬들이 오누아쿠의 징계 수위가 너무 약하다고 서울 강남구 KBL 센터 앞에서 '트럭 시위'도 벌였다.
2013∼2014시즌 오누아쿠처럼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한 서울 SK의 에런 헤인즈에게는 2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나왔다.
반면 오누아쿠는 제재금 외 징계가 없어 이정현·전성현이 부상으로 빠진 소노로서는 한숨을 돌렸다.
정관장 관계자는 "KBL 절차에 따라 제재금으로 처벌했다고 하는데, 그걸로 끝내는 게 옳은가 싶다. 다친 선수가 사과받지 못했는데 절차상 마무리됐다고 다 끝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에서 경기 중 부상을 유발한 행위를 둘러싸고 법적으로 공방이 오간 전례는 거의 없다.
다만 생활 스포츠에서는 종종 유사 사례가 있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2011년 "경기 참가자는 자기 행동으로 다른 경기자가 다칠 수 있으므로, 규칙을 준수하고 다른 경기자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확보할 안전 배려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축구, 농구와 같은 경기는 신체 접촉을 수반해 경기 자체에 내재한 부상 위험이 있다. 참가자는 예상 범위 내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것"이라며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는 경기 종류·위험성·상황·규칙 준수 여부·부상 부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그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오누아쿠, 내 공이야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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