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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 후폭풍…학생도, 학교도, 교사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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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입학생 30만명대로…시골 이어 대도시도 학교 통폐합

교사 채용 갈수록 줄고, 교대 인기도 하락세

'교육 재원→저출산대책 재원' 등 갑론을박도 벌어져

연합뉴스

입학식 준비하는 초등 담임 선생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저출생 현상 심화로 학령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교육 분야 곳곳에 후폭풍이 불어닥치는 모습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30만명대로 떨어지고 조만간 20만명대로 떨어지면서 교사 채용 감소와 학교 통폐합 등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줄어드는 학령인구를 반영해 초·중·고교 교육예산을 떼어내 저출산 대책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갑론을박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 저출생에 올해 초등 입학생 30만명대…20만명대도 '코앞'

3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보면 20년 전인 2004학년도(4월 1일 기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65만7천17명이었지만, 이후 10년이 지난 2014학년도에는 47만8천890명으로 급감했다.

더구나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대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 수가 40만1천752명으로 40만명 선에 '턱걸이'했는데, 올해 주로 초등학교에 입학할 2017년생은 출생아 수 자체가 약 35만7천800명으로 전년보다 4만명 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

2026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2019년 출생아 수가 30만2천676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취학 아동이 20만명대로 떨어지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이달 4∼5일 이틀간 공립초등학교 예비소집을 하는 서울지역의 경우 취학 대상 아동이 국·공·사립을 통틀어 5만9천492명으로 전년 대비 10.3% 급감했다.

서울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는 2019년 7만8천118명을 기록한 뒤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6만6천324명으로 첫 6만명대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5만명대까지 줄었다.

불과 2년 만에 7만명대에서 5만명대로 급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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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학령인구 절벽'에 교사 수 줄고, 학교도 통폐합

이처럼 학생 수 감소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학교와 교사 수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2023학년도에 공립교원 정원을 전년보다 약 3천명 적은 34만4천900명 선으로 줄였다.

초·중·고교의 교과교원 정원 감소에도 유치원·특수·비교과(보건, 영양, 사서, 전문상담 등) 교원이 늘면서 감소 폭을 상쇄해 왔는데, 전체 공립교원 정원이 줄어든 것은 2023학년도가 처음이다.

학생 수가 줄면서 신규교사 임용 규모도 줄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전년 대비 임용 규모가 급감하는 '임용절벽'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지난해 실시한 공립 초등교사 신규 임용시험에서 전년 대비 11.3% 줄어든 3천157명을 선발(모집공고 기준)했다.

이 가운데 세종은 선발인원이 한 해 사이 70명에서 10명으로(-85.7%), 충북은 80명에서 32명으로(-60.0%) 줄어 감소 폭이 무려 50%를 넘었다.

인천(-19.6%)·울산(-20.0%)·경북(-19.9%)·강원(-19.4%) 등도 감소 폭이 20% 안팎에 달했다.

이에 전국 교대의 수시모집에서 상당수 미달이 발생하는 등 교대나 교육 관련 학과의 인기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공립유치원 교사는 아예 1명도 뽑지 않았다. 대전의 경우 유치원 교사 모집인원이 1명, 광주는 3명, 대구는 4명에 불과했다.

공립 위주 초·중·고교의 경우 숫자 자체가 급격하게 줄지는 않고 있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통폐합하는 학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농어촌뿐 아니라 서울 등 대도시 구도심 지역에서도 소규모 학교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소규모 학교(초교 240명·중고교 300명 이하)는 119곳으로, 2014년보다 84곳이나 늘었다. 학생 수 급감 지역은 학급당 학생 수가 15명 이하까지 낮아지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사립유치원을 기준으로 폐원이 이어지고 있다.

강성국 한국교육개발연구원(KEDI)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2023 교육기본통계로 살펴본 한국 교육 현황'에 따르면 "(2023학년도에 공립유치원이 34개교 신설됐음에도 141개 사립유치원이 폐원했다.

한해 유치원 감소 규모가 121곳에 달했다는 얘기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은) 유치원 학생 수 감소와 같은 추세로 이어지고 있어 유·초·중등교육 정책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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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폐교를 개조해 만든 '아미 미술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교육예산 줄여 저출산 대책에 써야"…교부금 사용처 두고 갑론을박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예산의 활용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을 댕겼다.

전국 교육청에 배분돼 유·초·중·고교 교육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로 조성되는데, 내국세 규모가 늘면서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여서 일간에서는 교육 부문의 '곳간'이 남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학생 일인당 과잉투자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교육계는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과밀학급·과대학교 문제가 여전하고,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통합), 늘봄학교, 고교학점제 등 중장기적 교육정책을 제대로 펴려면 교육예산이 풍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국가 총예산을 줄이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라는 얘기다.

반면에 재정당국을 중심으로는 교육교부금 용처를 조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내국세 일부를 교육 분야에 쓰도록 한 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유·초·중등 예산 일부를 떼어 고등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를 신설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교육교부금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에 쓰자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수밖에 없으므로 저출산 대응 예산을 늘리는 게 우선 순위라는 얘기다.

다만 이는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데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의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사안이라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국 선임연구위원은 "유치원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유치원 폐원 등의 현상은 이제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유·초·중등교육 정책의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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