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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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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이 말하는 파리올림픽, 대표팀 감독 그리고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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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황선홍 23세 이하(U-23)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새해 큰 목표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꿈꾼다. 최근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을 7월 파리올림픽까지 이어가겠다며 좋은 결과를 가져올 테니 지켜봐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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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금메달이요? 백승호, 박진섭이 큰 역할 했어요."

황선홍(56) 23세 이하(U-23)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아시안게임 축구 사상 최초로 3연속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황 감독은 결승까지 가는 고비로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거친 축구를 가장 경계했고, 대표팀 선수들은 이들의 축구에 말려들지 않는 영리한 축구를 펼쳤다. 그 중심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백승호와 박진섭(이하 전북 현대)이 있었다. 황 감독은 두 선수에게 "단판 승부에서 심리적으로 컨트롤이 안 되면 무조건 실패다. 중국과 우즈벡을 만나면 무조건 (선수들을) 컨트롤해야 한다"고 '특명'을 내렸다.

"아시안게임 훈련하면서 개별 및 그룹 미팅을 통해 대표팀 선수들에게 계속 이 부분을 주지시켰어요. 절대 심판한테 항의하지 말고 절대 흥분하면 안 된다고요. 토너먼트에서 변수가 될 수 있잖아요. 누구 하나 까딱 잘못해서 퇴장당하면 끝나는 거니까. 백승호 박진섭은 K리그에서 우승이나 토너먼트 경험이 있으니까 선수들을 잡고 이 부분을 얘기하라고, 세뇌시키라고 한 거죠."

새해 도전 파리올림픽, 다양한 경험 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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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프랑스 르아브르의 스타드 오세안에서 열린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과 프랑스 21세 이하(U-21)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황선홍(왼쪽) 감독과 티에리 앙리(오른쪽)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르아브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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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을 넘으니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황 감독은 올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과 함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오는 4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은 올림픽 예선을 겸한 대회. 3위 안에 들어야 7월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중국·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우선 1월 튀르키예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고, 3월 A매치 휴식기 때 평가전도 가질 계획이다.

황 감독은 "선수들 소집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선수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어서"였기 때문. 그는 "훈련 시간이 없으니 뭘 가르쳐서 쓰는 것보다는, 그 선수가 잘할 수 있는 걸 뽑아서 퍼즐을 맞추게 된다. 소속팀에서와 다른 포지션을 줬을 때 혼란스러워 하더라"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티에리 앙리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른 뒤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간 건 긍정적이다.

황 감독은 "프랑스전(3-0 승)을 치르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프랑스는 굉장히 어려운 팀이었고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연령별 대표팀은 이런 경기를 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팀이 중원에서 압박했는데 우리 선수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약간 수비에 비중을 두고 하는 경기였다. 아시안게임처럼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경기가 가능한 반면 올림픽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가는 게 힘들다. 그래서 투트랙도 가능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속도 있는 축구 위해 이강인 '10번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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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중국 저장성 진화시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태국의 경기를 앞두고 황선홍(오른쪽) 감독과 이강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진화=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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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은 "속도감 있는 축구가 한국형 축구"라고 말한다. "백패스를 많이 하는 점유율 높이는 축구보다는 중원을 빠르게 전개하는 축구를 선호해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턴이나 아스널이 펼치는 중원과 스트라이커 운영 방식에 관심이 많아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10번 자리(공격형 미드필더)'에 두고 싶은 것도 이런 이유다.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 경기를 조율하거나, 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안쪽으로 파고들어 득점 기회도 엿볼 수 있는 역할이다. 황 감독은 "이강인에게 아시안게임 합류 전부터 이 역할을 맡길 거라고 주문했다. 자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A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양쪽 측면에 서다 보니 익숙하지 않았다. 더 빨리 합류했다면 여러 실험을 해 봤을 텐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강인이 소속팀에서 좌우 측면, 중앙 등 여러 포지션을 뛰는 것도 "선수에게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재능이 뛰어나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강인의 대표팀 합류 여부도 관심사다. 올림픽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의무 차출 규정이 적용되는 대회가 아니다. 황 감독은 "아시안게임 이후 이강인과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관건은 파리 생제르맹의 입장인데, 킬리안 음바페도 올림픽 때 와일드카드로 기용될 거라는 얘기도 있으니 지켜보겠다"면서도 "대표팀은 최강의 전력으로 꾸려져야 한다. 그 연령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합류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감독은 K리그 감독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팀의 어려움 속에서도 협조해 주신 감독님들께 너무 감사해요. 전화 와서 한 번만 봐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앞으로 시즌이 다가오는데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황 감독은 K리그 포항 스틸러스와 FC서울을 지휘하며 리그와 FA컵 우승을 이룬 '명장'이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대회에서도 통한다는 이력이 추가됐다. "대표팀 감독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가치가 있는 일이고 책임감도 상당히 높아지죠. 온 국민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에 선택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성남 =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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