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X 개편 이후 전파력 더 강해져” 지적도
일본 노토 지역에 지진이 발생한 1일, 하세 히로시 이시카와현 지사는 관할지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도 “루머 등 잘못된 정보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시글을 X에 올렸다.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오니시 가즈후미 시장도 “재해로 인한 혼란에 뒤섞여 이번 지진과 무관한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자들이 있다”며 “부디 가짜뉴스에 주의하라”고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실제로 일본 소셜미디어에는 1일부터 이시카와 지진에 관한 게시글들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지진이 벌어진 이시카와현 내 주소와 함께 “(집이 무너져) 탈출할 수 없다. 아내만이라도 구조해달라”거나 “혼자 사는 할머니 집 지붕이 떨어졌다. 근처에 있으면 부디 대피를 도와달라”는 등의 내용이다. 해당 게시글들은 모두 진위를 확인할 수 없지만 많게는 100만 회 이상 읽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게시글이 계속 확산하다가 ‘조회수 장사’를 위한 가짜뉴스가 뒤섞여 함께 유포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일대에 규모 7.6 지진이 발생한 1일, 현지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게시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의 쓰나미 영상과 함께 "쓰나미 도달로 NHK 아나운서가 고함치고 있다, 모두 도망쳐야 한다"고 적혀 있다./X |
이 밖에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촬영된 쓰나미 영상을 올리면서 “다들 신속히 노토 반도를 탈출하라”거나 “건물 사이에 끼여 움직일 수 없다. 도와달라”는 식의 명백한 가짜뉴스들도 게시됐다. X에서는 “도와달라”는 문구와 함께 본인 계좌로 연결된 모금 사이트 링크를 올리는 등 대지진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이용자도 다수 나타났다고 주니치스포츠가 전했다.
일본 IT 전문가 오모토 다카시씨는 “가짜뉴스 횡행으로 정말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퍼지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공영방송 NHK도 “가짜뉴스가 퍼지면 피해 지역의 구조 활동이 방해돼 생명에 지장을 주는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며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9월 시즈오카 일대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주택 등 건물이 모두 물에 잠긴 현장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으나 후에 생성 AI(인공지능)로 조작된 사진이란 것이 밝혀졌다. 이미 해당 사진이 5000번 이상 공유된 이후였다. 2016년 4월 구마모토현에 규모 6.5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엔 “동물원에서 사자가 탈출했다”며 사자 한 마리가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이 트위터에 돌았으나 이는 남아프리카에서 촬영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규모 6.5 지진이 발생했던 2016년 4월 당시 트위터에 “지진의 영향으로 동물원에서 사자가 탈출했다”는 내용의 글이 사자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이 사진은 나중에 해외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확인됐다./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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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트위터가 X로 개편된 이후 ‘X 프리미엄’이란 유료 구독 서비스가 도입되며 기존 유명인이나 정부 등 국가 기관에 붙여졌던 ‘블루 배지’가 일반 유료 이용자들에게도 급속도로 확산, 가짜뉴스의 전파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유료 구독을 신청하는 것으로 블루 배지가 부착된 이들을 다른 이용자들이 정부 공식 계정 등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회수를 늘려 광고 등 수익을 높이기 위해 대지진에 관한 가짜뉴스를 더욱 유포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지적했다.
지진과 관련한 소셜미디어 소동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에서 ‘최고 속도 방재 정보 시스템’을 표방하는 재해 정보 실시간 공유 업체 ‘특무기관 NERV’는 이시카와 지진이 벌어진 1일 저녁 6시 “X에서 더 이상 자동 정보 공유가 불가능해졌다”고 공지했다. X는 지난해 개편 이후 개개인의 이용 가능한 게시글 수를 유료 서비스 구독 여부에 따라 제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재해 정보를 게시하는 것이 막혔다는 것이다. 특무기관 NERV는 일본 기상청 등 공공기관이나 언론 못지않은 빠르고 정확한 재해 정보 공유로 2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민간 업체다. 결국 업체 측은 이날 저녁 9시 30분쯤 X로부터 ‘공공 계정’ 권한을 긴급 부여받고 정보를 계속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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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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