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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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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메이저리그 결산 - 희망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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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메이저리그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절망편과 희망편으로 나눠 다사다난했던 2023년 메이저리그를 돌아볼까한다. 절망편에 이어 이번에는 희망편이다.

피치 클락, 혁명을 일으키다
2023시즌 메이저리그에는 세 가지 새로운 규정이 도입됐다. 피치 클락, 수비 시프트 금지, 베이스 크기 확대가 그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피치 클락이었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나갔을 때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했고 야수는 피치 클락이 8초가 되기전 타석에서 타격 자세를 취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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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2023시즌부터 피치 클락을 도입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피치 클락 시행 결과, 경기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경기 시간도 짧아졌다. 2023년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39분. 2021년 평균 3시간 10분까지 늘어났던 경기가 30분 가까이 단축됐다. 2시간 40분을 기록한 1985년 이후 가장 짧은 시간이었다. 3시간 30분 이상 진행된 경기는 단 아홉 차례에 불과했다. 2021년에는 이런 경기가 390경기에 달했다.

단순히 경기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투수의 견제 횟수를 제한하면서 도루를 장려했고 그 결과 도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경기당 1.4회에 불과했던 도루 시도는 2023년 1.8회로 늘어났고 경기당 도루 횟수는 2022년 1.0개에서 2023년 1.4개로 늘어났다. 성공률은 75.4%에서 80.2%로 늘어났다.

경기당 득점은 2022년 8.6점에서 2023년 9.2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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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변화로 메이저리그는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경기가 빨라지니 관심도 돌아왔다. 2023시즌 총 관중은 7074만 7365명으로 2022년(6455만 6658명)과 비교해 60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경기당 관중은 2만 9295명으로 2022년 2만 6843명에 비해 9.1% 증가했다. 이는 무관중으로 진행된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큰 폭의 성장이다.

변화에 그리 달갑지않은 반응을 보였던 선수들도 빠른 속도로 이에 적응해갔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뛰었던 좌완 선발 블레이크 스넬은 “(규정 변화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불평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두 차례 정도 선발 등판을 소화하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새로운 규정에 적응해갔다고 말했다.

2011년의 한을 씻어낸 텍사스
텍사스 레인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2010, 2011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우승과 인연은 없었다. 특히 2011년에는 다잡은 우승을 놓쳤다.

2023시즌도 쉽지는 않았다. 5년 1억 8500만 달러에 영입한 선발 제이콥 디그롬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도중 영입한 맥스 슈어저도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90승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밀리며 와일드카드로 밀려났다.

가시밭길이 이들을 가로막았지만, 이를 극복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 디비전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휴스턴을 꺾었고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누르며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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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는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샌프란시스코의 ‘짝수 왕조’를 이끌었던 브루스 보치 감독은 현장 복귀 첫 해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시리즈에서 4회 이상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조 맥카시, 케이시 스텐겔(이상 7회) 코니 맥(5회) 월터 알스턴, 조 토리(이상 4회)에 이어 그가 여섯 번째다. 이중 두 팀에서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그가 유일하다.

또한 스파키 앤더슨(1975-76 신시내티, 1984 디트로이트) 토니 라 루사(1989 오클랜드, 2006, 2011 세인트루이스)에 이어 세 번째로 양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 됐다.

텍사스에게 밀렸지만, 애리조나의 약진도 돋보였다. 84승으로 간신히 와일드카드에 턱걸이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밀워키 브루어스, LA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연달아 물리쳤다.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83승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최소 승수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제압, 2004년 디비전시리즈 이후 첫 포스트시즌 승리, 2002년 디비전시리즈 이후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기록햇다.

찬란하신 오타니 사마
오타니 쇼헤이는 다시 한 번 투타 겸업 선수로서 기량을 꽃피웠다.

타석에서 135경기 출전, 타율 0.304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44홈런 95타점 기록했고 마운드에서는 23경기에서 132이닝 던지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탈삼진 167개를 잡았다.

홈런, 출루율 부문 아메리칸리그 1위, 장타율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타자로서 40홈런, 투수로서 10승을 동시에 달성하며 베이브 루스를 넘어서 리그 역사상 최고 투타 겸업 선수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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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2023시즌은 찬란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 결과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30인의 투표인단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됐다. 2021년에 이은 두 번째 만장일치 MVP 선정.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였다.

소속팀 에인절스의 부진, 그리고 시즌 막판 부상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FA 시장에서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결국 LA다저스가 10년간 7억 달러 계약에 합의하며 그를 데려갔다.

에인절스에서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던 오타니는 7억 달러중 6억 8000만 달러를 계약 만료 후 10년간 분할 지급하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에 합의하며 ‘슈퍼팀’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오타니에 빛이 가렸지만,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외야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의 활약도 눈부셨다. 41홈런 73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표본을 보여줬다. 한 시즌에 이를 동시에 기록한 타자는 그가 최초다.

2018년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던 그는 5년 만에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공교롭게도 오타니와 같은 해에 올해의 신인과 MVP를 수상해 화제가 됐다.

최고의 해를 보내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시즌은 실망스러웠지만, 김하성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52경기에서 타율 0.260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17홈런 60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시즌 마지막 22경기에서 부진(타율 0.176 OPS 0.471)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성적도 가능했을 것이다.

수비에서도 주포지션인 2루 뿐만 아니라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맹활약했다. 그 결과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bWAR) 5.8로 팀내에서 블레이크 스넬(6.0) 다음으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2023시즌 그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그런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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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2023년은 찬란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MLB.com’은 김하성을 카일 브래디시(볼티모어) J.P. 크로포드(시애틀) 놀란 존스(콜로라도) 조던 몽고메리(세인트루이스/텍사스) 루이스 로베르트 주니어(화이트삭스) 저스틴 스틸(컵스) 브라이슨 스탓(필라델피아)과 함께 ‘2023년 예상하지 못했던 큰 성과를 거둔 스타’로 언급했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이 많았다. 볼티모어의 군나 헨더슨은 빅리그 데뷔와 함께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올해의 신인까지 차지했다. 클리블래드 가디언즈 선발 태너 바이비는 10승 4패 2.98의 성적을 기록하며 선발진을 지탱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외야수 코빈 캐롤은 타율 0.285 25홈런 76타점으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키 196센티미터의 거구를 자랑한 신시내티 레즈의 엘리 데 라 크루즈는 폭발적인 파워와 스피드를 과시하며 ‘괴물 유격수’의 탄생을 알렸다.

일본에서 빅리그 무대를 두드린 선수들도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가졌다. 메츠의 센가 코다이는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8로 호투했고 보스턴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는 타율 0.289 OPS 0.783을 기록했다. 후지나미 신타로는 볼티모어로 트레이드 이후 불펜으로 변신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내가 돌아왔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은 8월초 빅리그 마운드에 복귀, 11경기에서 52이닝 소화하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호투했다. 서른 여섯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두 번째 토미 존 수술 이후 회복이라는, 쉽지않은 상황이 이어졌지만 그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알렉 매노아의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고민이 깊어졌던 토론토는 류현진 덕분에 후반기를 버틸 수 있었다. 팀이 디비전시리즈까지 진출했다면 포스트시즌 등판 기회도 잡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팀의 탈락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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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 이외에도 2023시즌 감동적인 복귀 스토리는 많았다.

올스타 3회 경력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무리 리암 헨드릭스는 지난해 12월 논호지킨스 림프종 4단계 진단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겨냈다. 화학치료 도중에도 불펜 투구를 이어가는 투혼을 보여줬고 결국 5월 29일 마운드에 돌아왔다. 비록 다섯 차례 등판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 토미 존 수술까지 받았지만 그의 복귀 스토리는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카고 컵스 외야수 코디 벨린저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앞선 2년간 다저스에서 타율 0.193 OPS 0.611에 그친 뒤 논 텐더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던 그는 2023시즌 컵스에서 타율 0.307 OPS 0.881 26홈런 97타점 기록하며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이제 FA 시장에서 보상받는 일만 남았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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