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을 걷고 있는 시민의 뒷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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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이 몰래카메라(몰카) 촬영을 위해 고의로 만든 빙판길에서 낙상사고를 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다.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브 몰카 촬영 때문에 사람이 죽을 뻔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씨는 “아내가 지난주 토요일(23일) 아침에 출근하다가 아스팔트 빙판길에 넘어져 발목을 접질리고 타박상을 입었다”며 “응급실 가서 다리 깁스와 치료를 받았고 며칠째 일도 못 가고 집에만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아내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인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전날 경찰의 연락을 받았고 누군가가 고의로 빙판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당시 119와 함께 온 경찰이 아내에게 ‘누군가가 물을 일부러 뿌린 것 같은데, 그렇다면 범죄 사건이고 피해자로 전환될 수 있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더라”며 “이후 20대 2명이 해당 구역에 물을 뿌리는 모습이 CCTV로 확인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체포된 20대 2명의 정체는 유튜버였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왜 물을 뿌렸냐’는 물음에 몰카 촬영을 위해서였다는 대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스팔트에 물을 뿌려 얼게 한 다음, 보이지 않는 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해 넘어지는 사람들을 촬영했다는 것이다. A씨는 “틱톡과 유튜브 촬영이었고 그 자리에서 아내를 포함한 6명이 넘어졌다”고 했다.
유튜버들은 ‘장난이었다’ ‘설마 진짜로 넘어질지 몰랐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유튜버들이 ‘혹시나 큰 사고가 날까봐 얼음 녹이려고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 안 녹더라’고 했다더라”며 “사과도 없고 말하는 게 너무 괘씸해서 아내와 고소장을 내고 왔다”고 했다. 말미에는 “너무 화가 난다”며 법적으로 문제제기할 또 다른 여지가 없는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사람 다치는 걸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낙상은 죽을 수도 있다” “관심 좀 받겠다고 시민들 상대로 저런 짓을 하냐” “해명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분노했다.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라는 조언도 달렸다.
유튜버들이 몰카 콘텐츠로 대중의 공분을 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월 한 20대 유튜버가 부산 지하철 안에서 기침하며 “나는 우한에서 왔다. 내게서 떨어져라”고 외치는 몰카를 찍어 논란을 산 바 있다. 과거 일부 아동 유튜브 운영자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강도로 분장해 겁주는 몰카’ ‘아이 물건 차로 밟아버리기 몰카’ 등을 촬영해 고발당한 적도 있다.
이런 몰카 영상은 해외에서도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에서는 한 유튜버가 몰카 콘텐츠를 제작하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당시 유튜버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황당한 행동을 한 뒤 상대방 반응을 포착하는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이에 화가 난 행인이 총격을 가했고 유튜버는 사망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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