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등급분류 문제로 게임위 조직한계 드러나
美·日 등 모두 민간에…시대상·눈높이 맞춰야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숭실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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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만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24년 이후 국내 게임시장에 필요한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이용자 중심으로 변화한 게임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현재의 보수적인 게임물 심사체계 대신 민간 자율 방식을 통한 더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임위를 이끄는 수장이 전체 게임시장을 위해 조직의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한 것이어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게임위는 게임물 등급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게임위는 최근 1~2년간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해 10월 선정성을 이유로 이미 서비스 중인 넥슨의 게임 ‘블루아카이브’(기존 15세 등급)를 돌연 18세 등급으로 재분류하면서 게임 시장의 반발은 더 커진 상태다. 이달 초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위가 맡고 있는 ‘게임물 사전심의’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진행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적이고 유연하지 못한 현 게임물 등급 분류 체계에 대한 한계점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선 민간 자율 형식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28명 남짓인 게임위 조직 규모와 적은 예산(내년 144억원)으로는 국내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게임 콘텐츠 같은 창작의 영역에서는 이를 평가하는 잣대도 더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찌보면 게임위의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어서 조직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전체 산업을 위해선 소비자(게임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게임물을 심사하고 게임위는 사후에 엄격하게 불법 콘텐츠를 막는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정부기관이 게임물 심사와 사후관리를 모두 담당하는 곳은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과 일본만 해도 민간 자율기구를 통해 게임물을 심사하고, 불법 콘텐츠가 유통된다면 사후에 국가기관이 처벌을 내리는 식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우리는 구조상으로도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심의위원 9명이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고, 사후관리도 게임위 직원 28명과 외부용역 200여명으로 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민간조직(CERO)를 통해 게임물 등급 분류를 하는 일본만 하더라도 전국에서 전 세대별로 100여명을 모집해 게임 등급 심사를 하는데 우리와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지금도 막기힘든 불법 콘텐츠를 민간 자율로 온전히 막는게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게임 같은 콘텐츠물은 자기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영역인 만큼 모든 문제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흐름으로 보면 시스템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영화 등 다른 콘텐츠만 보더라도 사전심의가 줄고 있는 추세고 게임 이용자들도 성숙해진 만큼 일단은 (민간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게임위는 내년 3월부터 시행할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법’(게임법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모니터링단 운영을 맡고 있다. 사실상 법 시행 이후 유일한 ‘사후관리’다. 이에 김 위원장은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하는 것이어서 우리는 물론이고 게임사들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1년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법이 국내 게임업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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