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지 강세 속 '이재명 마케팅'에 유권자 피로감 누적
국민의힘, 호남 의석 목표 '서진정책'…신당·선거구 획정은 변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
(전주·광주=연합뉴스) 김동철 장아름 기자 = 제22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호남 지역 출마 예상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누구를 찍을 것인지 유권자들의 고심도 깊어져 간다.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호남의 내년 총선 화두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생환율, 국민의힘 약진 여부, 제3지대·신당 출현·선거제도 개편 등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약세 지역인 호남에서 기필코 광역 지자체별로 1석 이상을 쟁취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도 싹쓸이' 태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계파 갈등으로 얼룩진 민주당의 텃밭 경선을 지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국민의힘에 텃밭 일부를 내줄지, 아니면 제3지대 등 신당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릴지 호남 표심은 고민하고 있다.
지난 9월 이재명 동조 투쟁 나선 광주 총선 입지자들 |
◇ 민주당 경선이 본선 "인물·공약 실종, 이재명 마케팅만"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으로 받아들여지는 호남에서는 입지자들의 물밑 경쟁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28석(광주 8·전남 10·전북 10석) 중 민주당은 27석을 석권했는데, 이번에도 싹쓸이가 재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여당과 민주당의 극심한 갈등이 지속되고 민주당 내부도 계파 분란과 신당 창당설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 지역 유권자들의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이다.
또 지역 현안을 속 시원하게 해결한 현역 의원도, 지역 발전 공약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입후보자도 찾아보기 힘든데 이재명 당 대표와의 친분만 내세우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예비후보들의 사진이 거리를 도배했다면, 이번에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들어간 직함으로 가득하다.
후보 본인의 대표 경력에 당 대표 이름을 넣는 등 '이재명 마케팅'에만 열중하고 있고, 신당 추진 등에 대해서도 현역과 입후보자 모두 반대 의사를 즉각 표명하며 자신들의 노선을 알리는데 바쁘다.
이재명 대표를 감싸는 사안에는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지만, 당내 계파 갈등 해소나 비례대표 선거제도 등의 당 현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순천에서 현장 최고위 연 국민의힘 지도부 |
◇ 국민의힘 호남 의석 교두보 확보하나
호남 국회의원 의석 28석 중 현재 민주당이 25석을 차지하고 있고, 국민의힘·진보당·무소속이 각 1석이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은 무소속이던 이용호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겼고, 전북 전주을은 민주당 소속 이상직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치러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당선됐다. 광주 서구을은 민주당 소속이던 양향자 의원이 탈당했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전북에 각 1석 이상을 목표로 공략에 나섰다.
광주에서는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이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인재 영입 등을 통한 새 인물 등장 여부도 관심이다.
전남에서는 국민의힘이 순천·광양·구례·곡성갑과 을 2곳에 오래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순천만 정원박람회 전폭 지원과 현장 최고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천하람 변호사와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원 사격하며 민주당에 실망한 지역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력이 있는 정운천(비례)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전주을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
국회에서 3천억원을 되살리기는 했지만, 잼버리 파행을 계기로 내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중 무려 5천억원(약 78%)을 정부가 삭감했던 것은 전북 민심을 얻으려는 국민의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래픽]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시·도별 조정 내역 |
◇ 신당·제3지대·선거구 획정 혼란, 총선 변수 되나
박지원·정동영·유성엽 등 이른바 민주당 '올드보이' 바람도 총선 관전 요소로 꼽힌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현역 의원들의 미약한 존재감과 고령의 다선 의원 경력 인사들 대한 피로감 중 유권자들이 무엇을 더 거부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낙연·양향자·금태섭·이준석 등 제3지대 신당 세력도 호남 선거판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이렇다 할 반향은 없지만 이들이 연대해 외연을 키우고 조국·용혜인 등이 합류한다면 무시하기 힘든 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 1년 전 마무리됐어야 할 선거구 획정 문제 역시 총선 판을 혼란으로 빠뜨릴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획정안은 전북은 10개 선거구를 9개로 줄이고, 전남은 동부권을 4석에서 5석으로 늘리는 대신 중서부권을 6석에서 5석으로 줄여 해당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북은 새 획정안에 따라 전주, 익산, 군산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가 재편될 수 있어 입지자들이 출마 선거구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무안·영암·신안 지역구는 공중분해 돼 다른 지역구들과 통합되는 안이 제출돼 입후보자는 물론 지역민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남 동부권의 경우 지역구가 한 석 늘어나는 효과와 함께 순천이 다른 시·군과 분리되면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더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호남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호남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한 성적표일 수도 있다"며 "호남 민심이 두 거대 정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총선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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