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대장주'가 여야 간판으로…"선거 승패 따라 책임론 불가피"
정치력 시험대 오른 與 한동훈…이재명의 野 선두 체제도 분수령
원희룡·오세훈·나경원 행보 주목…이낙연·정세균·김부겸 역할 눈길
2027년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목 초입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인 만큼 여야 대권주자들이 맡은 역할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한껏 보여줄 수 있는 무대인 셈이다.
따라서 각자 공과에 따라 유권자들의 평가 역시 냉정하게 매겨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양당 사령탑으로 맞붙게 되면서 그 주목도가 한층 커졌다.
이른바 여야의 '잠룡 대장주'가 총선 간판으로 나서는 만큼 결과에 따라 한쪽은 날개를 달 수 있지만, 다른 한쪽은 정치적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구조다.
한동훈과 원희룡 |
먼저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여당 잠룡들은 정권 재창출 기치를 내걸고 광폭 행보에 나설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은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총선 정국이라는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으나 안정적인 비대위 운영으로 당의 승리를 견인할 경우 정치 경험과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불식하며 차기 구도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 다른 잠룡들도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활동 공간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의 경우 민주당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이나 그에 걸맞은 험지 출마를 통해 당의 승리에 기여한다면 한 위원장 못지않은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김포 서울 편입론' 등에서 역할을 한 오 시장의 행보나, 나 전 의원의 국회 입성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을 탈환하지 못한다면 친윤(친윤석열)·비윤(비윤석열)계 갈등, 당정관계 문제가 뇌관으로 작동하면서 여권 내 갈등이 분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을 비롯한 주류 잠룡들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되면서 안철수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이 '대안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함께 들어서는 이재명·김부겸 |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통해 원내 1당을 지켜낸다면 야권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대표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의 최대 약점으로 부각되는 '사법 리스크'를 정치적 공세로 격하시키고, 당권을 더욱 확실하게 장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비주류는 현재 이 대표의 유죄 판결 위험을 고리로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법원의 최종 선고 전까지는 문제 제기가 잦아들 공산이 크다.
반대로 민주당이 패한다면 '이재명 책임론'이 확산하며 대권 주자로서 이 대표 입지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3총리 연대설'로 소환된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의 역할론이 부상할 수 있고, 신당 창당에 시동을 걸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도 다시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당의 총선 성적표에 따라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의 대권 레이스 합류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정면 대결로 치러지게 된 점에 주목했다.
이달 초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은 각각 19%, 16%로 오차 범위 이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지난 20∼21일 양자대결을 기준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에선 한 위원장은 45%, 이 대표는 41%였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27일 통화에서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차기 대권 주자가 전면에 선 것 아닌가"라며 "이번 총선 결과는 더욱더 대권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21대 총선 때 여야 각각 이낙연, 황교안 전 대표가 대권 주자 선두권을 달렸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이번에도 총선 이후 분위기는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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