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세 확산·집값 하락 우려 등 매수 심리 더욱 위축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 등 다수 지표 위축·둔화 중
“공공분양 물량 좀 더 신속하게 공급 필요”
실제로 주택시장은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 등 다수의 지표가 위축·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11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하락폭은 전주(-0.01%)보다 0.03%포인트(p) 확대됐다. 서울의 경우 0.03% 하락해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수도권은 0.05%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4로 전주(87.9) 대비 0.5p 하락했다. 이는 10월 셋째 주(90.2) 이후 8주 연속 떨어진 수치다. 서울은 83.9로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의 경우 86.5로 8주째 내림세를 보였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세 지속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대출규제와 더불어 기준금리 변동가능성 같은 요인 등이 더해지면 각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사람들의 수요와 선호가 몰리는 곳은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르고, 반대인 곳은 그렇지 않게 된다. 같은 지역에서도 이런 양상은 더욱 세분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및 그 상단이 불확실한 사업환경은 자연스레 아파트 등 주택으로 대표되는 국내 건설시장을 위축시켰다"면서 "집값의 상승과 하락은 미국 기준금리가 알파(처음)이자 오메가(끝)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단 상승세가 한번 꺾였기 때문에 하락추세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결론적으로 말해 '상저하고(上低下高)' 속에 '소(小) 박스권' 장세가 나타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세가 급등락하기보다는 작은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양상이 될 것"이라며 "거래량은 예년처럼 많지 않아 불황 장세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연중 최고치로 오르면서 이자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인플레이션 문제 감소와 연동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집값 반등 포인트가 될 수 있고 심리적으론 경기위축 우려의 감소 확인도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 시장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20대의 주택구입량과 구입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30대 중 일부는 신생아 저리 특례대출을 활용해 일부 내 집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면서 "이자부담이 크고 주택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어서 무리한 대출을 통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하는 움직임은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와 고유가, 고환율 등이 내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라며 "금리가 높으면 이자부담으로 주택구매력이 떨어지고, 고유가는 원자재가격을 상승시키고 이는 고분양가로 이어져 수요를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환율의 경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부동산시장에는 악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점을 통과하고 더 이상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아파트의 경우 70%를 넘는 경우 갭투자로 주택을 구입하는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으나 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하락한다고 해도 오를 때처럼 가파르게 내리는 것이 아니고 소폭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발빠른 대처를 주문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공분양 물량을 좀 더 신속하게 공급해야 한다"면서 "신규 택지를 지정해 놓고 차일피일 분양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급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분위기로는 내년에는 미분양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분양주택 해소와 더불어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 등도 내년 중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랩장은 "올해 주택 인허가 및 착공건수 감소가 크므로 장기적 수급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가계부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유지·모니터링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주택공급 270만호 플러스 알파는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면서 "경기가 어려울 때 규제를 완화해야 다시 급등기에 규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가 감소하고 지방이 쇠퇴하고 있다. 메가시티 서울보다는 지역 균형발전에 더 역점을 두고 추진돼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육성에 중점을 둬야 어려울 때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산업단지를 장치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바꿔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면 지방의 경제도 살고 젊은 사람들이 지방에 머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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