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홍콩 언론자유 존중해야"…국제 언론단체도 석방 촉구
中 외교부 "라이, 홍콩 번영 파괴…서방 간섭은 법치정신 위반"
반중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76) |
(서울·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윤고은 한종구 특파원 = 홍콩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76)의 국가보안법 재판인 18일 시작된 가운데 미국, 영국 등 서방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 소유주인 지미 라이가 기소된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홍콩 당국이 홍콩의 언론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지미 라이를 비롯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려다 수감된 모든 이를 즉시 석방하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 제한 등 조치가 "홍콩의 민주적 제도를 약화하고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 명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도 성명을 내고 라이의 석방을 촉구했다. 라이는 영국 시민권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날 "홍콩 당국에 기소를 중지하고 지미 라이를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라이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향한 평화로운 권리 행사를 막으려는 명백한 시도의 표적이 됐다"고 비판했다.
캐머런 장관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 위반된다고도 지적했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체결한 이 협정은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로도 50년 동안 언론 자유 보장을 비롯한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하는 '일국양제' 원칙도 포함됐다.
지미 라이 국가보안법 재판 방청객들 |
국제 언론 단체들도 라이의 석방을 촉구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의 세드릭 알비아니는 AFP에 "우리는 홍콩 법원이 법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며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사건을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성명을 통해 "라이의 재판은 정의를 희화화하는 것이며 홍콩 법치의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라이의 이번 재판이 홍콩의 사법 독립과 자유를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중국은 라이를 법률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며 서방을 향해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라이는 반중난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다) 사건의 기획자이자 참여자이고, 반중 세력의 대리인이자 선두 주자"라며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파괴하고 홍콩 시민의 복지를 해쳤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 등이 라이의 석방을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에 들어간 사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법치 정신을 위반하고 국제법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으로, 노골적인 정치적 농간이자 100% 이중 기준"이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이 법률에 따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를 처벌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홍콩 국가보안법을 모욕하고 파괴하려는 시도는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의 홍콩 사무소인 주홍콩 특파원공서 대변인도 이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서방 정치인들이 홍콩의 사법에 개입하려는 정치적 농간은 홍콩의 법치 기반을 흔들 수 없고, 일국양제와 국가안보를 수호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흔들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라이의 재판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홍콩 당국은 이날부터 80일간 재판이 진행되는 서구룡 법원에 24시간 1천명의 경찰을 배치, 경계를 강화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라이는 2020년 12월 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2020년 6월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라이의 국보법 재판은 애초 지난해 1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외국인 변호사 선임 문제 등으로 인해 몇차례 연기된 끝에 구속기소 된 지 3년 만에 열리게 됐다.
앞서 라이는 국보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2021년에는 2019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징역 20개월, 작년에는 빈과일보 사무실을 허가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한 사기 혐의로 징역 69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라이가 1995년 창간한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적극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으나 당국 압박 속 2021년 자진 폐간했다.
지미 라이 재판에 경계 강화 |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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