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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오징어게임', '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의 드넓은 음악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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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단독 콘서트…앙코르곡 김민기 육성에 '아름다운 사람' 편곡

연합뉴스

정재일 단독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영화·드라마의 극적인 서사를 압축하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액운을 물리치는 소리 '비나리'에 어우러지는 국악 장단과 피아노 그리고 현악 선율, 여기에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노래까지.

작곡가 겸 연주가인 정재일이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단독 콘서트 첫 공연에서 드넓은 음악 세계를 펼쳐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브로커'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은 전방위 아티스트다.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고, 전통음악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알게 모르게 직접 노래 부른 앨범도 냈다.

정재일은 올해 발매한 솔로 앨범 '리슨'(Listen)에 담긴 수록곡으로 이날 첫 무대를 꾸렸다. 팬데믹을 겪으며 작곡한 이 앨범은 전쟁과 기후 위기 같은 일들이 사람들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서 벌어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저음에서 상승하는 현악 선율이 피아노의 맑은 음색과 어우러지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이면서도 묘하게 일렁이게 했다. 어둠 속 피아노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조명과 오케스트라 단원들 악보 위에 켜진 핀 조명이 또 다른 차원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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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단독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 선 정재일은 "작곡하고 연주하는 정재일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동안 무대 뒤에 살아온 탓에 화려한 경력에도 큰 무대에 서는 것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그는 잔뜩 긴장한 탓에 곡 소개 순서를 바꿔 말해 관객들을 웃게 했다.

이날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무대는 '오징어게임', '기생충', '브로커' 각각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메들리다. 정재일은 OST 메들리를 들려주기에 앞서 함께했던 감독들과의 소소한 일화들을 들려줬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바로크 음악을 요구해 작업했는데, 작업물을 들고 갈 때마다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그러다 절망감에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숙취 속에 만든 곡을 봉준호 감독이 꽤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완성된 OST 메들리는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극을 보는 듯 변화무쌍했다. 정재일은 피아노, 통기타, 전자기타를 오가며 음악에 색채를 더했다. 그가 어린아이처럼 서툴게 리코더를 불며 들려준 '오징어 게임'의 익숙한 음도 반가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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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단독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재일은 마지막 무대에서는 완전히 다른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 소리와 국악, 피아노, 오케스트라의 만남이었다. 디지털 싱글 '어 프레이어'는 소리꾼 김율희의 액운을 물리치고 행복을 기도하는 소리에 이아람의 대금 연주와 아쟁, 장구, 꽹과리, 북, 징이 중심을 잡았다. 여기에 피아노와 현악 선율이 조화를 이뤘다. 이 곡은 지난 10월 영국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앙코르곡이었다. 정재일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편곡 버전을 들려줬다. 김민기의 육성에 연주만 라이브로 덧입혔다.

정재일은 "어린 시절 여러 음악을 찾아 방황하던 시기에 나를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이끈 예술가"라고 김민기를 소개했다.

김민기는 민중가요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가수이자 예술인들의 등용문이자 보금자리 역할을 해준 대학로 소극장 학전의 대표다. 그는 최근 위암 진단을 받고 내년 3월 학전을 폐관하기로 했다.

공연장에 김민기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울컥한 감정에 훌쩍이며 눈물 흘리기도 했다. 김민기 역시 이날 공연장을 찾아 정재일이 자신에게 바친 앙코르곡을 감상했다.

정재일 단독 콘서트는 16일에도 한 차례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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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단독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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