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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틀고 벽 쿵쿵…‘층간소음 보복’도 스토킹 범죄, 대법서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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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확정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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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6월 경남 김해의 한 빌라에 월세로 입주한 A씨는 위층의 층간 소음에 불만을 품었다. 이후 위층에 사는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보복을 시작했다. A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각종 도구로 천장을 쿵쿵 두드리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이용해 찬송가를 크게 틀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A씨는 보복은 한 달 넘게 30차례 이상 반복됐다. 검찰은 A씨가 위층 거주자를 포함해 주변 이웃에게 지속적·반복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했다며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A씨의 이런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1·2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도 14일 원심을 확정했다. 수개월에 걸쳐 늦은 밤 고의로 반복한 층간소음 보복행위는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처음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스토킹 범죄는 행위자의 어떠한 행위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자유 및 생활형성의 자유와 평온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방안 모색 등을 위한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 범죄가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로 다수의 이웃은 수개월 내에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웃 간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웃을 괴롭힐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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