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인정돼야"…박 시장 "고의 누락 아냐"
무죄 선고 후 소감 밝히는 박상돈 천안시장 |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검찰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 운동을 하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2일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박 시장과 천안시청 정무직 공무원 A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는 원심 구형량과 같다.
검찰은 "천안시장으로 재직하던 박상돈 시장이 당선될 목적으로 천안시청 공무원들을 선거 캠프에 동원한 사건으로,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선거 공보물·홍보물의 작성 주체는 박 시장인 만큼 당연히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박 시장이 A씨와 명시적으로 공모한 행위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이들로부터 고용 현황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성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월례 회의에서 고용률과 실업률 현황을 '전국' 기준으로 발언했다는 혐의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 변호인은 "천안시장 전에 아산군수, 서산시장 등을 역임했고 지역 주민을 위해 일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 전략에만 몰두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선거 판세에서 일부러 공보물에 허위 내용을 담을 필요가 없었고, 당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변론했다.
박 시장은 "늦은 시간이라 선거 공보물의 성과 부분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실수로 '전국' 기준을 누락했다"면서 "이후 누락 사실을 알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진 신고했고, SNS와 수많은 방송인터뷰 등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전국 기준을 적시했다"고 진술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공무원 조직을 이용해 선거 홍보 영상물을 제작한 후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리는 등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6월 선거 당시 예비 후보자 홍보물과 선고 공보물에 천안시 고용률이 전국 2위, 실업률이 전국 최저라고 기재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는다.
인구 50만명 이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수치였지만 기준이 누락되면서 마치 전국의 228개 지자체 중 순위를 나타낸 것처럼 표기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거캠프를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박 시장의 재선 당선을 목적으로 홍보 영상과 온라인 카드 뉴스 등을 제작하도록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씨 등 3명도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박 시장이 선거인 대상 중요 매체인 공보물의 항목 구성과 내용을 모른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구체적인 관여 정도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박 시장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인구 50만 도시 기준을 누락한 채 실업률과 고용률이 상위권이라고 발표해 선거권자들에게 전체 지자체 중 순위로 받아들이게 한 점은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면서도 "자신의 SNS에는 인구 50만 기준을 명시한 점 등으로 볼 때 인구 50만 대도시 기준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정황을 찾기 어렵다"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도 기각했다.
A씨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저버리고 직무상 자료를 수집해서 전달하고 선거 홍보용 카드 뉴스를 제작하는 등 범행 전반에 깊이 관여했다"면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 운동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30일 열린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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