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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수)

[인터뷰] 이정은 "천편일률적인 女 역할에 새로운 변화…희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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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오진 날'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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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53)은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

티빙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을 선보이며 새로운 엄마 캐릭터를 제시한 이정은. 두말 할 것 없는 열연에 더불어 과감한 선택과 도전을 더해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다.

이정은이 출연한 '운수 오진 날'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시리즈다. 평범한 택시기사 이성민(오택)이 고액을 제시하는 묵포행 손님 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 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정은은 극 중 황순규로 분했다. 사랑하는 아들 이강지(남윤호)를 잃은 엄마로,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비밀을 밝혀내려는 캐릭터다.

이정은에 따르면, 황순규는 당초 남자 캐릭터였다. 그러다 이정은에게 대본이 넘어오며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 캐릭터로 바뀌었다. 이런 까닭에 이정은의 황순규는 직접 차를 몰고 범인을 추격하고, 독학으로 권총 쓰는 법을 공부하는 능동적 엄마 캐릭터로 완성될 수 있었다.

중간 퇴장하는 인물로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운수 오진 날' 출연을 선택한 이정은은 "여자가 하지 않을 것 같은 대사가 나오면 희열이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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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공개 후 반응을 찾아봤나.

"제가 연기한 걸 많이 모니터한다. '이렇게 너무 고구마를 먹여서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 '너무 잔인하다'는 댓글도 있었다. 그걸 보고 '이게 흥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잔인함과 고구마 뒤에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으니까."

-중간 퇴장하는 캐릭터인데도 출연했다.

"분량은 고민하지 않았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아버지 쪽의 역할로 쓰여있다는 걸 눈치챘다. 대사가 희생당한 어머니의 대사 톤이 아니었다. 직접 찾고 뒷조사를 하고 돈거래를 한다. 그런 냉정하고 이성적인 부분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분량 생각하지 않고 잘 끌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울고불고 '어떻게 하지' 이런 게 아니라, 직접 나선다는 점이 와 닿았다."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며 달라진 점이 있었나.

"대사를 죽이지 않았다. 소화할 수 있었다. 가족의 공감, 모습을 보는 것이니까, 엄마이든 아빠이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감독님이 '체중을 줄였으면 좋겠고,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의 마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돼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영화 '쓰리 빌보드' 속 캐릭터처럼 건조한, 메마른 느낌을 같이 만들어갔다. 첫 등장 시 제가 이성민 선배보다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나. 처음 등장할 때 조명도 안 비춰줬다. (웃음)"

-남성의 역할에 관한 갈등이 있던 건가.

"갈증을 잘 못 느꼈었다가, 보통 여자가 하지 않을 것 같은 대사가 나오면 희열이 느껴진다. 천편일률적인 여성 캐릭터에 새로운 변화가 있는 게 좋은 거다. 굉장히 능동적이고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희열이 느껴진다. 역할이 고정적이지 않으면 시청자의 시선도 바뀌는 것이니까. 대사 라인에 대해서 심사숙고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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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감량한 건가.

"4개월 정도 꾸준히 식단을 조절했다. 단기간에는 못한다. 10kg 이상 감량했다. 전작인 '정신병동'과 비교해보시면 된다. 근데 건강하게 뺐다. 운동도 하고. 출연료가 좋더라. 하하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려고 했나.

"냉담함을 가지려고 했다. 내가 과연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할까. 그 인물을 범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을까. 감정적이기보다 냉담하게 연기했다. 제가 샤우팅 하면 감독님이 눌러줬다. 그렇게 하면 천편일률적이니까."

-액션신도 있었다.

"액션신 너무 좋아한다. 뒤에 가서는 차 액션도 위험 부담이 많았다. 몰고 추적하고 도착하고. 점점 익숙해지더라. 다음에는 조금 더 과감한 액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중간에 퇴장하는 데다, 아쉽게 활약한다.

"한국 실정에 딱 맞다고 생각한다. 서구권이면 엄마가 몇 명 총으로 죽이고 그랬을 텐데. 저도 그런 역할에 동경이 있다. 근데 생각해봤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건 너무 영웅적인 이야기다. '이걸 이성민 선배가 배턴을 이어받으면 어떨지' 생각하며 연기했다."

-유연석의 연기 변신이 화제였다.

"악역을 하는 걸 즐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새 시도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저도 '타인은 지옥이다' 할 때, 그런 걸 안 해봐서 '악인이 어떻게 죽는지에 따라 출연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기상천외하게 죽길 바랐다. 배우는 그런 도발적인 느낌을 연기하는 걸 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유연석도) 자기가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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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은 어땠나.

"배우가 갖는 집중력이 어마어마하다. 온 생애를 바쳐서 오택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선배님이 어떤 인물을 창출할 때, 그 집중도가 놀랍다. 24시간 내내 생각하는 것 같다. 저는 앉아서 졸기도 하고, 딴생각도 하는데. 제가 만난 정말 손꼽히는 배우들 가운데 집중력이 높고 탐구력이 좋다. 감독님이 생각하지 못한 신도 화면 구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 연출에 대한 촉도 있는 것 같다."

-'정신병동'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소수자의 가족을 연이어 연기했는데.

"최근에 '어른 김장하'라는 독립영화를 봤다. 박혁권이 극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초대받았다. 우리 시대에는 형평과 공평을 존중하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수자 가족의 입장이 되는 이유가, 선택하다 보면 그런 게 손에 잡히는 시기가 있더라. 경쟁 사회도 좋지만, 서로 보듬어줘야 한다. 다 존중받아야 한다."

-사적 복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에 접촉사고가 있어서 뺑소니를 당했다.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경찰서에 전화해서 그걸 알아보려니 물증이 정말 많이 필요하더라. 순규처럼 다 추적해서 범인을 잡았다. 스스로를 무르다고 생각했는데, 집요한 구석이 있더라. 체계가 중요하긴 한데, 내 마음이 급하니까.(웃음) 인간의 생명을 두고 하는 일이라면 제 속도를 못 따라오는 경찰에 화가 날 것 같긴 하다. 공인이다 보니까 법적인 제재로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드라마 속 사람들이 다 사적인 복수만 하면 세상이 얼마나 어지럽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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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센 역할도 연기할 생각이 있나.

"계획 중이다.(웃음) 수동적일 수도 있는데, 저를 감독님들이 다른 이미지로 바꿔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양념 되는 과정이 재미있다? 가리는 역할은 없다. 이야기가 나에게 다가오느냐가 문제다. 제가 잘 되길 바랐던 어떤 배우가 있는데, 이 이야기를 했더니 봉(준호) 감독님이 '감독과 작가가 그렇게 봐줘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반대편에서 다른 이미지로 봐주시는 것도 중요하다. 작가님들, 저를 많이 다른 이미지로 봐달라."

-연출은 안 하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때 작은 영화는 만들고 싶다. 제작도 좋고 연출도 좋고. 거기에 출연은 안 할 거다. 만드는 거로 한 작품을 하고 싶다. 그게 연출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좋은 후배들과 같이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성민과 '핑계고'에서 나눈 대화가 화제였다.

"(이성민) 선배님과는 워낙 짧게 '소년심판' 때 만났다. '검사외전'에서는 (이성민이) 국회의원이었고, 제가 옆에서 선전하는 일원이었다. 아줌마로 나와서 강동원과 춤췄다. 이제 점점 (함께 하는 분량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스갯소리로 '멜로 같은 거 한번 해야 하는데'라고 해서 '남매미로 나오는 건 어떨까요'라고 했다. 오빠가 있어서 오빠 배우분들이 편한 게 있다."

-뉴진스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어떤 남자분이 춤을 추는 영상을 봤다. 그분에게디엠을 보냈다. 춤을 배우고 싶다고. 요즘 리듬에 대해서 내가 너무 모르더라. 그분이 거절하다가, 너무 조르니까 진짜 이정은인지 만나러 나왔다. 그분하고 여름 내내 춤을 췄다. 그분이 좋아하던 음악이 뉴진스의 음악이었다. 나중에 유튜브로 보니까 정말 잘하더라. 뉴진스의 음악을 자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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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 라미란, 이정은 세 배우가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훈훈하더라.

"연락은 별로 안 한다.(웃음) 미란 씨가 옛날에 '다음은 언니가 두각을 나타낼 것 같고' 그러더라. 그런 이야기를 유쾌하게 해주니까, 위로받고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다. 동료들이 칭찬해줄 때의 마음이 있다. '더 글로리'를 보고 염혜란에게 문자를 보냈다. 라미란, 염혜란 모두 저보다 나이는 밑인데 대단한 배우인 것 같다."

-선배로서 지향점이 되고 있다.

"제가 가는 길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이 많더라. 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과정을 가는 선배인지가 중요하다. 결과 지향적이 아니라, 후배들이 본받고 싶어하는 건 과정인 것 같다."

-작품도 하고 아주 바쁜데.

"노장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이 '우리가 홍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나는 감독이지만 홍보도 열심히 할 것'이라며 모든 홍보 일정을 자처해서 하는 모습을 보고, 봉준호 감독님과 공감하며 '이제는 감독도 영화를 위해 홍보해야할 시대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저도 작품들을 '치어업'해주는 걸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티빙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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