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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편집자 레터] 사서들이 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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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곽아람 Books 팀장


“우리는 책을 정리하고 듀이 십진분류법의 숫자를 설명하고 컴퓨터를 닦고 문서를 인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모든 일이 하나로 수렴된다. 이곳을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 비록 이렇게 축소된 상태일망정, 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최우선으로 제일 요긴한 곳이다. 여기는 평등을 위한 장치이자 안전한 공간이며 지역사회의 심장이다.”

앨리 모건의 책 ‘사서 일기’(문학동네)에서 읽었습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던 저자는 지역 도서관의 보조 사서로 채용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잠시 보류하기로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사랑했던 저자에게 ‘도서관’은 일종의 도피처였지요. 사서라는 직업이 고요하고 안온할 거란 기대감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막상 사서 일을 시작한 저자는 도서관이 단지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자녀를 참석시키려 오는 부모, 말동무가 필요해 도서관을 찾는 노인, 어디든 갈곳이 필요한 실업자…. 이 모두를 위한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거죠.

책을 대출하는 건수가 줄어 폐관 위기에 처한 도서관을 부흥시키려는 사서들의 노력을 써내려 가며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도서관 마법’이 서가 위에 놓인 것도 아니요, 책 속에 깃든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진정한 마법은 도서관이 상징하는 가치에서, 그리고 그 가치에 숨을 불어넣는 지역 공동체에서 생겨났다.”

이번주 Books는 ‘올해의 책’ 특집. 출판 시장 전문가인 서점 MD, 다독가인 북칼럼 필진 외에 특별히 지역사회의 ‘심장’을 가동시키는 도서관 사서들에게 선정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주요 서점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한 자기 계발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월터 아이작슨의 신작, 올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들풀처럼 생을 버티는 우리에게 위안을 건네는 그림책…. 올 한 해, 다종다양한 세계를 펼쳐보인 이 책들이 독자 여러분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하는 ‘마법’을 펼치길 기원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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