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김영진 "위성정당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에서 만들지 말자는 건 모순"
비명계 "이재명 민주당의 반민주적 태도…명분·대국민 약속 헌신짝처럼 던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병립형으로 회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병립형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주류 측 주장인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이 문제가 계파 갈등의 불씨라는 점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 같은 행보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라이브에서 "이상적 주장으로 (총선을)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고 말하면서 가시화됐다.
이후 주류 측은 이런 '병립형 회귀 필승론'을 서서히 띄우는 모양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라며 "우리 의원들에게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대선 때 우리가 정치 개혁한다고 한 약속 다 지키면 3선 연임 금지까지도 다 지킬 거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과하며 복귀했던 일화를 환기한 뒤에 '사과하고 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한 만큼 '차악'이 필요하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자는 게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선 공약 파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전날 입장문에서 "지도부의 태도는 이재명 민주당의 일관된 반민주적 태도이자 정치 명분과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대선 공약 이행을 주장해 온 김두관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퇴행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병립형의 길을 간다면 그 후과는 민주당 모두가 안아야 할 역사의 책임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당내 비판뿐만 아니라 향후 대선에서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 될 수 있는 진보 진영 시민단체 등이 공약 파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도 큰 부담으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했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대표가 개인을 위해 약속을 바꾸는 것 아닌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위성정당 창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보고,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같은 절충안까지 염두에 두고 고민을 이어갈 전망이다.
당내 의견이 워낙 엇갈리는 가운데 서둘러 결론을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탓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속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어떤 제도가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민의 뜻과 당원의 의지, 의원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두세 차례 의원총회를 더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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