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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두번째 스무살] ⑤ESG 평가사 “수요 많은데 실무경험 가진 인력은 없어요”

조선비즈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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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두번째 스무살] ⑤ESG 평가사 “수요 많은데 실무경험 가진 인력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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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늘어난 평균 수명은 우리에게 축복인 동시에 커다란 부담이기도 하다. 은퇴 후 살아야 할 기간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 2막을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면 인생 전반부만큼, 혹은 그보다 더 풍요로운 후반부를 누릴 수도 있다. 조선비즈는 인생 후반부를 대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중장년층,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20대 때와 같은 포부로 인생 2막을 설계한 40대들의 사례를 소개해 본다. [편집자 주]

경제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익성 같은 지표 이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은 비(非) 재무적 지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ESG 관련 공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의회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지역에 미치는 환경·사회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하는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내년에 도입한다는 결의안을 지난 10월 통과시켰다.

EU에서 ESG 공시가 강화되는 것은 한국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같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도 공시 대상이어서다. PwC에 따르면 한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30% 이상이 공시 의무가 있는 자회사가 EU에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 ESG 공시도 2026년부터 의무화할 계획이다.

최은지 ESG 평가사가 지난달 14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40대 직업캠프 1기 수료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최은지 ESG 평가사가 지난달 14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40대 직업캠프 1기 수료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기업이 재무제표를 공시하려면 제3자이자 전문가인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ESG 공시도 마찬가지다. 회계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직업이 ‘ESG 평가사’다.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하는 역량을 갖춘 전문가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검증하는 데서 나아가 ESG 경영 컨설팅과 교육 등으로 커리어를 넓혀나갈 수도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이 취업하기 쉽고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이며 40대 전직(轉職) 수요가 있는 직업을 조사했고, 그 중 하나가 ESG평가사였다.

ESG 평가사는 민간에서 육성되기도 하지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40대들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서울런 4050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직업 캠프를 운영했다. 강의는 주말에 진행되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새로운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참여자 중 약 70%가 재직자 신분이었다.

ESG 평가사 직무교육에는 2.46대1의 경쟁률을 뚫고 29명이 선발됐다. 대부분 금융권이나 건설사, 컨설팅 등 ESG와 관련이 있는 업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원자재 상품 시장을 분석하는 일을 했던 최은지(44)씨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직장을 그만둔 뒤 글쓰기, 출판, 부동산 경매 등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려 여러 가지를 배웠고, ESG 평가사는 기존 경력을 활용하여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직무교육 과정에 대해 “40대만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 있고, 구직자들도 대부분 비자발적으로 나왔다.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각오들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최씨를 포함해 ESG 평가사 직무교육 과정을 마친 29명 중 22명이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에서 비상근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다.

ESG 개념. /한국거래소

ESG 개념. /한국거래소



다음은 최은지 ESG 평가사와 일문일답.

─다니던 직장은 상당히 소득 수준도 높고 전망도 좋아 보이는데, 퇴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된 계기는.

“가족들, 특히 남편이 퇴사를 적극 장려했다. 아무래도 끝맺음이 없는 일이다 보니, 미국·유럽 시장을 계속 보다 보면 주말이나 쉬는 날이고 마음 편히 일을 내려두기가 어려웠다. 보고서를 매듭짓기 무섭게 또 다른 이슈가 터지고 영향을 분석했다. 시장은 생물이기에 끊임없이 시장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내가 소진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남편이 너무 일에만 매여 있으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성격상 일을 놓지 못하는 터라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겠다’고 했었고, 쳇바퀴 생활에서 좀 쉬어가자 마음을 먹고 약 1년의 준비 끝에 퇴사를 단행했던 그 시점이 작년 7월이었다.


아들(중학교 1학년)도 이제 커서 손이 안 가는 시기가 됐다. 아이는 일하는 엄마를 좋아해서인지 엄마 커리어를 이었으면 좋겠다며, 자기 때문이면 쉬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엄마를 위해서 쉬는 거야. 근데 너와도 같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여유가 있을 것 같아서, 6학년 2학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같이 보내고 라이프 스타일도 변화를 줄 시점이라 퇴사 시점을 그때로 잡았다.”

─퇴사하고 알아본 일이 ESG 평가사 하나는 아닐 것 같은데.

“이것저것 많이 배우러 다녔다. 쉬는 겸 기존 경력과 전혀 무관하게 여러 가지 좋아하는 거나 내 적성에 맞는 것이 무엇일지 탐색 중이다. 글쓰기, 출판, 미디어…, 부동산 경매 수업을 들었다. 그중 ESG 관련 분야는 반도체 공정 연구, 국제 원자재 애널리스트를 했던 경력과 연관 지어 인생 2막 설계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 생각한다. 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농산물 분야에서 불가분 관계인 기후 위기 및 탄소배출 등 환경,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밀접한 노동 인권 문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일상에서 늘 접하는 다양한 사회·기업 이슈가 모두 ESG 영역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ESG 실천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한편 ESG 공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수요는 많다.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ESG 관련 경력직 구인 공고가 많이 나오는데, 딱히 그런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ESG 평가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설명해달라.

“기업의 ESG 경영 수준에 따라서 유럽과 미국 수출이 막힐 수 있다. 애플은 제품 전반에 걸쳐 재활용 소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지 않나. 삼성전자도 공급망에 속한 협력사들이 사용한 원재료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했다면, 제품을 유럽에 팔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도 ESG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사는 기업의 ESG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업체가 실제로 ESG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조사하게 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업 실적 전망을 평가하듯이, ESG 항목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기업에 나가 ESG 평가를 해봤더니 어땠나.

“실습 기간 참관 실사를 4개 업체를 했고, 단독 실사 진행을 3개 진행했다. 전 직장에서 애널리스트·컨설턴트 업무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고객사 방문도 종종 했기에 업체 방문 시 부담은 없었다. 재료 공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산업 분석을 했었기에 대상 업체의 공정 및 업무 프로세서에 대한 감각이 좋다. 종전 직장에서도 상장 기업부터 중소기업 컨설팅도 진행해서 ESG 평가를 받는 회사의 규모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다.

다만, 기업 규모 및 형태에 따라서 ESG 평가에 대한 준비 정도는 크게 상이한 편이다. 실제 방문 실사에 드는 시간보다 실사 전 대상 업체 파악과 실사 후 평가서 작성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업체로부터 증빙자료를 받아서 재정리하고 평가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평가를 받는 업체의 ESG 경영에 일조할 수 있음에 보람도 느낀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교육 과정은 만족하나.

“그간 공공 예산으로 서울시에서 전직을 위해 실습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일부 사설 기관에서 ESG 평가사 과정을 개설해 두고 있는데, 적지 않은 수업료를 내는 것에 비해 공신력 문제도 있어 보이기도 하고 실무와 연계되지 않는다. 그런데 재단 과정은 실무 연계로 현장에 나간다. 또 주말에 강의가 열려 재직자·구직자 모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40대에게 조언한다면.

“윗세대들도 그렇지만, 나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나.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내 역량을 강화할 다양한 것을 찾아보고 있다.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서울시50플러스재단 같은 곳에서 많이 제공하고 있다. 직장인들도 그렇지만 특히 결혼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어 가정주부로 있는 친구들은 이런 정보를 잘 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나 지자체 기관을 이용하면 내가 낸 세금을 더 적극 활용할 수 있고, 좀 더 공인된 기관에서 안전한 교육 내용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연초부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4050을 위한 미네르바 직무교육을 시행한다’는 기사를 접한 이후 홈페이지에 수시로 들어가서 온·오프라인 직무교육 정보를 확인하다가 ESG 평가사 교육을 발견해서 지원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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