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뉴스1 |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추진한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가 끝내 국회 문턱을 못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법안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를 적용받는 4만여 가구의 혼란이 예상된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렸지만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오는 9일 정기국회가 종료될 예정이어서 정기국회 회기 내에 추가적인 법안소위를 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올 연말이 지나면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하기 때문에 내년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5월 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계류중인 법안들은 폐기된다.
실거주 의무는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일반 분양 청약에 당첨되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거주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만큼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공급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총 66개 단지, 4만4000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정부는 올해 1월 3일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실거주 의무 폐지를 선언했다. 당시 야당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후 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대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주택법은 그대로 두고, 시행령에서 조건부로 예외를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자녀 학교 전학 문제나 자금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입주를 못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시행령으로 구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다만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야는 정기국회가 종료되더라도 임시국회가 유력한 만큼, 이달 중 법안소위를 추가로 여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하지만 여야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소위가 열린다 하더라도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실거주 의무가 존속되면 정부 발표를 믿고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므로 폐지가 어렵다면 보유기간 중 거주 의무를 채우는 것을 허용하는 식의 절충안이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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