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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다녀온 자승 스님 3월에 “일 생기면 내 방 가봐라”

조선일보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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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다녀온 자승 스님 3월에 “일 생기면 내 방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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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적 몇 달 전 지인에게 유서 언급
입적한 자리… 자승 스님 복원 당부 -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안성 칠장사 요사채(승려 숙소)를 지난달 30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 감식하고 있다. 자승 스님은 요사채에서 지난달 29일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이 공개한 자승 스님 유언장에는 이 건물을 2025년까지 복원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입적한 자리… 자승 스님 복원 당부 -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안성 칠장사 요사채(승려 숙소)를 지난달 30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 감식하고 있다. 자승 스님은 요사채에서 지난달 29일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이 공개한 자승 스님 유언장에는 이 건물을 2025년까지 복원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달 29일 칠장사 요사채(승려 거처)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이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69)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시신 부검 결과 “화재사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전달받았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국과수에 자승 스님과 유족의 DNA를 감정 의뢰한 결과 칠장사에서 발견된 시신이 자승 스님임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두 차례에 걸친 현장 감식 결과 불이 난 곳은 요사채 좌측 방으로 추정되며, 발화원은 특정되지 않았다. 불이 난 요사채는 방 2개와 마루, 화장실 등이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 스님이 남긴 유언장 3종을 추가로 공개했다. 유언장 3종은 각각 현 총무원장 진우 스님, 상좌(제자)들과 수행자들에게 남긴 것이다. 조계종 대변인 우봉 스님은 “이 유서들은 지난달 30일 은정불교문화재단 내 자승 스님의 숙소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우봉 스님은 “자승 스님은 (지난 3월) 인도 순례를 마치고 지인들에게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해당 장소를 열어보라’고 했다”며 “숙소를 방문해 열어보니 유언장이 여러장 나왔다”고 했다. 조계종은 “지금까지 발견된 10여 종의 유언장 중 개인적 내용을 제외하고, 종단에 대한 당부 및 칠장사에 타고 가신 차량에서 발견된 메모와 연관된 내용 3가지를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공개된 유서에서 자승 스님은 현 총무원장 진우 스님에게 “총무원장 스님께. 끝까지 함께 못 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탄곡, 탄무, 탄원, 향림 스님 등 제자들에게는 “각자 2억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주도록”이라고 당부하며 “2025년도까지 꼭 복원할 것”이라고 시한도 제시했다. ‘토굴’은 자승 스님의 분신으로 전소된 칠장사 요사채를 뜻한다. 지난달 29일 화재 현장 승용차에서 발견된 메모에서 자승 스님은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나머지 한 통은 “상월선원과 함께해주신 사부대중께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메시지다. 자승 스님은 “우리 종단은 수행 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라며 “결제(수행 시작) 때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해제(수행 종료) 때마다 많은 선지식들이 나와 침체된 한국 불교를 이끌어 가주시길 서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총무원장과 상좌들에게 남긴 글 마지막엔 자신의 서명을 남겼다.

진우 총무원장은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 스님 분향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을 만나 “자승 스님이 정토극락 니르바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우 스님은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상 제가 볼 때는 상당한 기간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다만 그 시기가 이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이 평소 분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번에 이를 실행했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날 분향소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회장,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추경호·이주호 부총리, 박진(외교부)·원희룡(국토부)·김영호(통일부)·한화진(환경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여야 정치인 등이 조문했다.


경찰은 자승 스님을 분신에 이르게 한 원인을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승 스님의 추가 유서가 발견되고 평소에 분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여전히 규명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분신 직전 자승 스님과 차담을 했던 칠장사 주지 지강 스님은 본지 기자와 만나 “자승 스님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그런 말을 했다면 따라다니며 말렸을 것”이라고 했다. 지강 스님은 “자승 스님은 가끔 쉬고 싶을 때 칠장사에 오셨고, 그날도 평소처럼 쉬러 왔다고 했다”며 “여전히 황망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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