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
엔비디아가 11월 마지막 거래일인 30일(현지시간) 2.9% 하락한 467.70달러로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11월20일 504.09달러로 사싱최고치로 마감한 뒤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날 종가는 사상최고치 대비 7.2% 떨어진 것이다.
엔비디아 투자자들에겐 미국 증시가 11월에 강력한 랠리를 누렸다는 소식도 그다지 반갑지가 않다. 지난 6월 이후 주가가 횡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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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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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를 둘러싼 우려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AI(인공지능) 칩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매출액의 20~25%를 차지했던 중국 매출이 공백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으로 AI 칩을 수출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AI 칩에 대한 수요가 워낙 강해 다른 지역의 매출이 중국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에 수출 가능한 저성능의 AI 칩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이 잇달아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칩을 선보이면서 엔비디아 AI 칩에 대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수요도 둔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MS는 지난 11월 초 자체 개발한 AI 칩인 마이아를 공개했다. MS는 마이아를 내년 초부터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11월28일에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자체 개발한 AI 칩인 트라이니엄 2를 선보였다. 이는 아마존의 기존 AI 칩인 트라이니엄보다 성능이 개선된 것이다.
다만 MS와 아마존 모두 클라우드 고객들이 자사가 자체 개발한 AI 칩과 엔비디아의 AI 칩 가운데 무엇을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AMD도 AI 칩인 MI300X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한다. 인텔과 구글도 엔비디아에 필적할 만한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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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점유율, 86%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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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엔비디아의 AI 시장 지배력이 공고한 상태다. 제프리즈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리파시스가 6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 기준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6%로 1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6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AWS와 MS의 애저,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 클라우드, 알리바바의 알리윤, 텐센트 클라우드 등이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배송받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엔비디아 제품을 고수하는 이유를 4가지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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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지배력 믿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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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엔비디아가 AI에 대해 가장 성숙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생태계인 쿠다(CUDA)를 통해 10년 이상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이는 다른 회사들이 AI 칩 위에서 소프트웨어를 돌아가게 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을 엔비디아는 이미 다 해결했다는 의미다.
둘째, 엔비디아의 AI 칩은 클라우드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워크로드(workload: 작업물)를 한 클라우드 업체에서 다른 클라우드 업체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반면 AWS나 MS, 구글 클라우드가 자체 개발한 AI 칩을 사용할 경우 다른 클라우드 업체로 워크로드를 이동할 수가 없다.
셋째, 수십년간에 걸친 플랫폼의 안정성과 높은 시장점유율, 산업별로 고유한 툴에 대한 접근성, 호환성에 대한 평판 등으로 인해 개발자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넷째, 엔비디아는 여전히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하드웨어, 네트워킹 하드웨어의 조합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배런스는 개발자들이 최소한의 기술적 위험으로 가능한 빠르게 최선의 AI 애플리케이션들을 구축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엔비디아의 AI 칩 지배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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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경쟁 걱정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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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도 지난 11월29일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딜북 서밋(DealBook Summit)에 참석해 AI 칩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가 남들보다 10년 더 빠른 2012년에 첫 슈퍼컴퓨터를 출범시켰으며 이 슈퍼컴퓨터는 5년 후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컴퓨터가 문장과 이미지, 비디오 등을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황은 "우리는 딥러닝과 AI가 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건 컴퓨팅를 재창조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칩을 설계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새로운 컴퓨팅 방법을 해결할 수 없다"며 "컴퓨터의 모든 측면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컴퓨팅 능력을 따라잡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 슈퍼컴퓨터를 25만달러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 슈퍼컴퓨터는 3만5000개의 부품을 갖고 있으며 전기차와 같은 로봇들과 함께 조립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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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처럼 주가 상승 재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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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우스 리서치는 지난 11월28일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휴지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벤 레이츠는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은 애플의 주가가 2009년 이후 밸류에이션 압박을 받으며 주춤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후 애플 주가는 하드웨어 매출 외에 서비스 사업이 수익원으로 인식되면서 상승세를 재개했다.
레이츠는 투자자들이 곧 엔비디아의 지속적인 성장 능력을 인식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에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750달러를 유지했다. 이는 엔비디아에 대해 가장 높은 목표주가 가운데 하나다.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667달러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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