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4 (월)

'神이 도운 우승, 할머니였을까요?' 좌절했던 슈퍼맨을 일으켰던 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컷뉴스

조재호가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최근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PB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당구(PBA) 남자부 최고 스타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시즌 최우수 선수(MVP)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가 올 시즌 긴 슬럼프를 딛고 7개 투어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조재호는 11월 3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벨기에 강호'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세트 스코어 4 대 1로 눌렀다. 2021-22시즌 3차 투어휴온스 챔피언십 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첫 정상 등극이다. 조재호는 지난 시즌 왕중왕전인 SK렌터카 월드 챔피언십 이후 8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받은 조재호는 시즌 상금 랭킹이 14위(1550만 원)에서 3위(1억1550만 원)로 뛰어올랐다.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한 조재호는 남자부 다승 공동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중 PBA를 떠난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의 8회에 이어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통산 상금도 6억1850만 원으로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랐다.

무엇보다 조재호는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PBA에 합류했음에도 국내 최강자답게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조재호는 PBA 출범 다음 시즌인 2020-21시즌 3차 투어인 NH농협카드 챔피언십부터 출전했다.

최단 기간 4승의 쾌거를 이뤘다. 지난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한 조재호는 정규 시즌 최종전과 왕중왕전까지 3승을 달성했고, 올 시즌 1승을 보탰다. 종전 쿠드롱의 27개월 22일을 17개월 3일로 10개월 이상 단축했다.

슬럼프를 이겨낸 우승이다. 조재호는 지난 시즌에만 3승을 달성하며 남자부 MVP에 등극했다. PBA에서 독주하던 쿠드롱을 잡을 강력한 대항마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올 시즌 8강만 2번 올랐을 뿐 MVP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팀 리그에서 전체 다승 1위(34승 14패)의 맹활약으로 1, 3라운드 우승을 이끈 점과 대조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조재호는 올 시즌 7차 투어 만에 모두가 아는 '슈퍼맨'으로 돌아온 것이다.

노컷뉴스

조재호가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상대 레펀스(오른쪽)의 축하 속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PB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결승에서 조재호는 2021-22시즌 아픔을 안겼던 레펀스를 맞아 환상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조재호는 1세트 13 대 13에서 레펀스가 날린 회심의 3뱅크 샷이 깻잎 한 장 차이로 빗나간 사이 2점을 마무리해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 조재호는 2이닝 5점, 7이닝 7점을 몰아치며 2 대 0으로 앞서갔다.

레펀스도 3세트를 만회했지만 슈퍼맨의 기세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4세트 조재호는 초구에 6점, 2이닝에 폭풍 8점을 퍼부었고, 5세트에도 여세를 몰아 10 대 11에서 연속 5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마지막 짧은 뒤돌리기가 아슬아슬하게 성공하자 조재호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경기 후 조재호는 "너무 기쁘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십 우승 이후 이번 시즌 32강과 8강 탈락이 반복되다 보니 더 좋지 않더라"면서 "4강 이상의 입상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재호는 "지난 시즌에는 잘 했는데, 올해 성적을 못 내서 아쉬웠다"면서 "일각에서는 '좋은 선수 몇 명 들어오니 조재호도 안 되네'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번 대회 조재호는 2번이나 패배 직전에서 기사회생했다. 128강부터 16강까지 모두 3 대 0 완승이었으나 8강전에서 이영훈(에스와이)에 3 대 2 역전승을 거뒀고, 4강전에서도 지난 시즌 신인왕이자 팀 동료 안토니오 몬테스(스페인)에 혈투 끝에 4 대 3으로 이겼다.

이에 대해 조재호는 "이전 대회를 보면 8강과 4강에서 쉽게 이기면 항상 결승에서 지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승사자라고 하지 않나. 죽다 살아나서 돌아오면 잘 친다는 말이 있다"면서 "8강에서는 정말 졌다고 생각했는데 살아났고, 4강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이건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이 도와준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노컷뉴스

조재호가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가 도와준 것은 아니었을까. 조재호는 이날 시상식에서 외할머니를 언급하며 눈물을 쏟았다. 조재호는 "지난달 NH농협카드 챔피언십 32강전에서 진 다음 아내에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다"면서 "곧바로 달려가 발인까지 마치고 잘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사연이 있었다. 조재호는 "사실 어릴 때 부모님이 일을 하셔서 할머니 손에 컸다. 엄마 같은 할머니"라면서 "TV에서 손자 경기만 찾아서 보시고, 경기도 의정부에 계신 할머니를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뵀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 대회 때는 정말 열심히 해서 할머니께 우승 선물을 드리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져 너무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제 조재호의 눈은 팀 리그를 향하고 있다. 조재호는 "1년에 한번씩 우승해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는데 시즌이 끝나기 전에 이루어 다행"이라면서 "개인 목표를 이뤘으니 NH농협카드의 우승이 이제 가장 큰 목표인데 팀원들을 잘 다독여서 포스트 시즌 정상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제 4라운드가 시작하는데 우승턱 한번 쏘겠다"고 주장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7차 투어까지 마무리한 PBA. 오는 5일부터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3-24' 4라운드를 이어간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