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0일 의총 열고 '선거제' 난상토론
홍익표 "정치적 책임 따른다면 져야 할 것"
李 대선공약 깨고 '병립형 회귀' 시사 해석
김종민 "약속 지켜야, 이대로는 미래 없어"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동형,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도 등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입장을 보면 (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복귀에 대한 의견이) 반반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연동형으로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여야 간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 합의할 수 있도록 협의해달라는 주문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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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병립형으로 돌아갈 경우 대선공약 파기에 대한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말에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나 방향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의원들의 (의견) 차이가 없는데, 어떤 경로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다"며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면 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약속한 부분을 파기할 경우 파기한 데 대한 국민적 사과나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정치적 책임'은 준연동형을 바탕으로 한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약속을 파기하는 데 따른 부담을 지겠다는 차원으로, 병립형 회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2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총선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발언 또한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의에 불을 지폈다.
'준연동형' 주도했던 민주당, 이기려면 병립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법사위 즉각 가동하라, 이동관 방탄 중단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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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1당'으로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쥔 민주당은 준연동형을 유지할지, 병립형으로 회귀할지 고심하고 있다. 지난 총선부터 도입된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눈 뒤 지역구 당선자를 뺀 나머지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은 비례 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단순 배분하는 것으로, 여당이 주장하는 개편안이다.
당초 '비례성 확대'라는 명분을 앞세워 준연동형 도입을 주도한 건 민주당이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을 금지한 비례제'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비례 의석을 많이 얻기 위해서는 병립형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당 지도부는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현시점까지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준연동형의 문제점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이 비례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카드를 꺼내자, 선거제 개혁을 외쳤던 민주당도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한 위성정당을 출현시켰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이 추진해온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위성정당을 막는 법안을 따로 만들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지난 28일 이런 의견을 밝히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 의석(168석)의 절반에 가까운 수다.
"이재명, 왜 입장 안 밝히나"…당내 갈등 고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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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총에선 이른바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비례 후보를 안 내면 국민 선택권을 없애는 것", "일단 이기고 보는 것이 최선" 등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발언들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종민 의원은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심을 얻는 길은 병립형으로 후퇴하는 게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여러 번 심판 받고 혼도 났는데, 또 정신 못 차리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작심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최근 준연동형 유지를 요구하며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이 "당 대표가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해야 끝나는 문제"라고 따졌다는 것이다. 다만 홍익표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선거제와 관련해서 한 마디도 발언하지 않았다. 회의장을 떠나면서도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내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선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도 셈법이 복잡한 모습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단순히 선거 결과만 생각하면 병립형이 유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만일 민주당이 약속(준연동형)을 깼을 경우 민심이 어떻게 돌아설지, 그 후폭풍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의원은 "우리가 위성정당을 막자고 해도 국민의힘에서 합의해주지 않으면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느냐"며 "명분을 지키려면 준연동형이 맞지만, 결국은 병립형으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조정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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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의총에선 지난 24일 최고위 의결에 따라 다음달 7일 중앙위 의결을 앞둔 '선출직 평가 기준' 및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비중 축소'에 대해서도 반발이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총선기획단에서 그걸 뒤집는 결정을 하고 중앙위에선 찬반 투표만 하려고 하느냐"며 "대면으로 중앙위를 열어 치열하게 토론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대면 중앙위 개최' 등 의견들과 선거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시 추가로 의총을 열 방침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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