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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의 라오펑유가 떠났다”…키신저 별세에 시진핑 조전, 중국 언론 생애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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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중 화해 주도’ 높이 평가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 칭하며 보도

경향신문

1973년 11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중국 언론들도 그를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 등으로 칭하며 미·중 관계 개선에 기여한 생전 업적 등을 집중 조명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 주석은 키신저 박사 별세에 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냈고,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가족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 또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키신저 전 장관 가족에 조전을 보냈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조전을 보냈다고 전했다.

왕 대변인은 이날 “키신저 박사는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이자 중·미 관계의 개척자·건설자였고, 오랫동안 중·미 관계 발전에 관심을 갖고 지지하며 100여차례 중국을 방문해 중·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역사적인 공헌을 했다”며 “중·미 양국은 키신저 박사의 전략적인 안목과 정치적 용기, 외교적 지혜를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오전 키신저 전 장관의 생애를 조명하는 1분57초 분량의 영상을 보도하며 “키신저는 중·미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공식 방중을 성사시켜 세계를 뒤흔든 ‘태평양을 넘어서는 악수’를 이뤄냈다”며 키신저 전 장관이 1970년대 비밀 방중과 ‘핑퐁 외교’를 통해 미·중 화해를 이끈 점을 높이 평가했다.

CCTV는 또 별도 기사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로 칭하고 “그의 100세 인생에서 ‘중국’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라며 그가 생전 100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1971년 비밀 방중은 키신저의 외교 일생에 강렬한 획을 그었다”며 그가 당시 닉슨 대통령의 특사로 비밀리에 방중해 미·중 관계의 문을 여는 데 역사적인 기여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키신전 전 장관 역시 자신이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임을 자랑스럽게 여긴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CCTV는 “키신저는 지난 50여년 동안 여러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고 중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며 그가 생전 “중국 인민이 말하는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는 매우 중요한 관계를 의미하며 나는 이 칭호를 영광으로 여긴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켰다.

CCTV가 표현한 대로 중국은 키신저 전 장관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는 1971년 7월 비밀 방중과 이후 미국 탁구팀 중국 방문을 통한 핑퐁 외교를 이끌며 1972년 역사적인 미·중 수교의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다. 키신저 장관은 생전에 이를 포함해 100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고, 최근까지도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 등과 대화했다. 지난 7월 마지막 중국 방문 당시에도 시 주석은 그를 ‘라오펑유’라 부르며 “중·미 관계를 올바른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언론은 그런 키신저 전 장관을 ‘중·미 관계의 산증인’이라고도 표현했다. 중국신문망은 이날 키신저 전 장관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그는 정치 생애 동안 중·미 관계를 위해 걸출한 공헌을 했다”며 “예리한 안목으로 세상의 풍운을 꿰뚫어 본 그가 전설적인 일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중국 언론들 역시 이날 그의 생애를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키신저 전 장관 별세 소식은 이날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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