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이 계속돼 내수 회복 속도가 종전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의 효과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만약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면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내려서고, 물가는 3%에 육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함께 덮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30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치(2.2%)보다 0.1%포인트 하향한 2.1%로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은 종전대로 1.4%를 유지했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당초 예상에 부합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수출·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이어지겠으나 내수 회복의 동력(모멘텀)이 약화해 지난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2.3%) 이후 올해 2월 2.4%, 5월 2.3%, 8월(2.2%) 등으로 수정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OECD가 우리 교역 대상인 미국과 중국 성장률을 높게 예측해 우리 수출도 더 나아질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전망을 부문별로 보면 내년 내수 부진을 반영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9%로 조정했다. 상품수출은 3.1%에서 3.3%로, 설비투자는 4.0%에서 4.1%로 소폭 상향했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올해 4분기부터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다”라며 “그래서 내년 수출·설비투자 전망치는 상향 조정하고, 민간소비는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내년 경상수지 전망은 종전 460억달러에서 490억달러로 변경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중 경상수지는 수입 감소세가 지속되고 수출이 개선되면서 상반기보다 흑자 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며“내년에도 글로벌 교역 회복 등에 힘입어 흑자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치를 2.4%에서 2.6%로 올렸다.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3.4%에서 3.5%로, 내년은 2.1%에서 2.3%로 조정했다.
최 국장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린 것에 대해 “지난 9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됐고,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누적돼 있어 앞으로도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가정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해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른 품목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으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2.8%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반등한다면 수출과 투자의 회복 흐름이 강화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2%대 초중반(2.3%)으로, 물가상승률은 2%대 중후반(2.8%)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나만의 뉴스레터 만들어 보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