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피자집 '라 푸아체리아'를 운영하는 잔루카 그라치(사진 왼쪽)와 흑인 직원들. /인스타그램 |
“누가 내 피자를 만들었죠? 흑인인가요? 내가 먹는 음식에 그 손이 닿았다는 생각만으로 역겨워요.” 이탈리아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잔루카 그라치는 한 달 전 피자값을 계산하려던 손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이 손님은 피자 상자를 카운터에 두고는 가게를 나가버렸다.
최근 이탈리아 매체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시칠리아섬 아그리젠토 지역 리카타에서 피자집 ‘라 푸아체리아’를 운영하며 아프리카 이주민을 고용하고 있는 그라치는 몇 달간 고객의 민원에 시달려왔다. 이는 대부분 흑인 직원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그라치는 “나는 우리 직원들이 피자 가게에서 겪은 수십 가지의 인종차별 사례를 말할 수 있다”며 “이는 폭력이며 다름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의 결과”라고 했다.
세 명의 감비아 출신 청년들은 이 가게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처음에는 설거지 등 잔심부름을 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피자올리(피자 전문 요리사)가 됐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손님들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에게 잡일이나 시키라며 피자를 만드는 것에 항의하는가 하면 이들을 해고하지 않으면 불매하겠다는 손님도 있었다. 지인들은 그라치에게 단골을 잃으면 망한다며 흑인 직원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라치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흑인 직원 2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란 듯이 올렸다. 자신의 직원들을 향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흑인이 백인과 무엇이 다른지 아느냐”며 “그들은 배고픔을 겪어봤고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한다. 그래서 배우고 일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그들은 예의 바르고 일에 대한 열의도 높고 적절한 급여를 주면 감사할 줄 안다”고 했다. 이어 “항상 더 많은 대가를 원하고 심지어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고 하는 너희 백인들과는 다르다”며 “나는 오히려 당신들이 더 두렵고 역겹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아그리젠토 지역에서는 인종차별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진제르 레스토랑에서는 일부 고객들이 흑인 셰프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으로 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을 떠났다고 한다. 8월 말 포르토 엠페도클레에서는 주민들이 람페두사에서 도착하는 이민자들을 일시 수용하기로 한 결정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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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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