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 종료' PEPP 재투자, 점진적 축소 전망…
"추가 긴축 준비하겠다는 ECB의 분명한 신호"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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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매입 종료 시기를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유동성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을 예고했다. 이는 세계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는 것과 상반된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마지막 채권매입을 계획보다 일찍 종료해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 문제(채권매입 조기 종료)는 머지않은 장래에 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는 이 제안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ECB의 채권매입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종료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FT는 라가르드 총재의 이날 발언에 대해 "ECB가 이전의 금리인상을 넘어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최근 치솟던 물가가 안정화된 것과 관련 시장에선 미국,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 기대가 커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10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로 지난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는 30일 발표될 예정인 11월 물가상승률은 2.7%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시장은 ECB가 내년 4월 또는 6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임금 상승세가 여전히 강하다며 물가상승률 억제를 위한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유로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압력이 완화되고 있지만 임금 인상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물가 인상을 억제하려는 ECB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지난 21일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 ECB의 정책 목표인 물가상승률 2%로 낮추는 데 2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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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지난해 통화 긴축 기조로 채권매입도 대부분 중단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한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에 대한 재투자는 유지했다. ECB는 1조7000억유로(약 2419조8480억원) 규모의 PEPP를 내년 말까지 보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끝나는 평가와 함께 PEPP 보유가 기존의 금리인상 기조와 상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ECB 내 채권매입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건스탠리는 채권매입 중단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고려해 ECB의 PEPP 재투자가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봤다. 옌스 아이젠슈미트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2024년 4월부터 6개월간 PEPP 재투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10월에는 이를 완전히 종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ECB 채권 포트폴리오는 내년까지 870억유로, 2025년까지 2580억유로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편 일부 ECB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들은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의 많은 회원국이 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ECB의 채권매입은 금융시장의 '1차 방어선'이라고 강조하며 PEPP 재투자 조기 종료에 반대하고 있다. ECB의 전체 채권 보유 규모는 유로존 전체 투자적격 채권의 약 30%를 차지한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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