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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 낙인 찍어 이스라엘 비판 봉쇄…또 다시 쪼개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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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대학·월가·로펌·정치권 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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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이 이달 9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다리에서 시위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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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수전 서랜던은 10년간 함께한 소속사 ‘유나이티드 탤런트 에이전시’로부터 최근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뉴욕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촉구 집회에서 “요즘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이 나라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맛보는 중이다”라고 발언한 게 빌미가 됐다.

영화 ‘스크림’ 제작사는 5·6편 주인공인 멕시코 배우 멜리사 바레라를 7편에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이건 집단학살이고 인종청소다”라는 글을 띄웠기 때문이다. 둘은 배우 수십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휴전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 공개서한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반유대주의 성향 글에 동조했다가 대기업 광고가 줄줄이 끊기는 사태를 만났다. “유대인들은 다른 이들이 자신들한테는 그러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똑같은 변증법적 증오를 백인들에게 뿜어낸다”는 글에 “실제적 진실”이라며 맞장구를 친 게 문제가 됐다.

가자지구 사태가 1만㎞ 떨어진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친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 사이의 진영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근절해야 할 반유대주의이고, 어디까지가 합리적 비판인지를 놓고 할리우드, 대학가, 월스트리트, 법조계,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논란도 달아오르는 중이다.

■ 격해지는 반유대주의와의 전쟁

‘반유대주의와 전쟁’의 최전선은 대학들이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희생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대학들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규탄 행사가 잇따르고, 유대인 학생을 위협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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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 커클랜드에서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커클랜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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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미국 교육부는 코넬대·컬럼비아대·펜실베이니아대·웰즐리대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인종·피부색·출신국 탓에 차별을 받지 않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민권법 조항이 지켜지고 있는지 따지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달 초 전국 학교에 보낸 서한에서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등 혐오에 기반한 차별은 미국 학교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특히 반유대주의로 낙인찍힌 활동과 조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반유대주의를 선동했다며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들’과 ‘평화를 위한 유대인들의 목소리’ 지부에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조지워싱턴대도 도서관 외벽에 “우리의 순교자들에게 영광을”, “시오니스트 집단학살자들에 대한 투자 철회” 등의 글을 조명으로 표시한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들’ 지부에 활동 정지를 명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세금을 지하드(이슬람 성전) 지원에 쓸 수 없다”며 플로리다대와 사우스플로리다대에 이 조직 지부의 활동을 금지시키라고 요구했다.

여러 로펌이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뉴욕대·컬럼비아대 로스쿨 학생들의 예정됐던 채용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입사 희망자의 소셜미디어를 뒤져 ‘성향 파악’을 하겠다는 곳도 있다. 반유대주의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대학에 대한 기부금 중단 압박도 가해지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반유대주의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는 대학들에 정부 보조금을 끊자는 주장도 나온다.

■ 발 벗고 나선 유대계 유력자들

반유대주의 단속은 유대인들을 오랫동안 혐오해온 서구 사회의 고질병에 맞서기 위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전부터 백인민족주의가 강화되며 반유대주의가 고조된다는 진단이 나오던 터였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22년에 전해보다 반유대주의 범죄가 25% 늘었다고 집계했다. 미국 유대인들의 권익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지난달 말까지 괴롭힘·파괴·공격 등 반유대주의 사건이 전년 동기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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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 도서관 외벽에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들’이 “우리의 순교자들에게 영광을”이라는 표현을 조명으로 표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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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대응에는 대형 로펌들이 앞장서고 있다.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한 100여개 로펌은 이달 초 100여곳의 로스쿨에 서한을 보내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위협과 반유대주의 선동에 적극 대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우린 당신들의 로스쿨에서 채용을 진행하는 고용주들”이라며 “우리 로펌에 합류하려는 학생들은 어떤 유형의 차별이나 괴롭힘에도 무관용 정책을 갖고 있는 직장 커뮤니티의 적극적 일원이 되도록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유대주의 활동이 왕성한 로스쿨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학생들을 잘 관리하라고 경고한 셈이다. 유명 로펌에 얼마나 많이 취업했는지 실적에 매달리는 로스쿨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런 적극적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 사회 주요 분야에 포진한 유대계 미국인들이다. 지난달 하버드대 학생 단체들이 하마스와 충돌이 발생한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정권에 있다”는 성명을 내자, 이 대학 총장과 재무장관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가 앞장서 이를 비판했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성명 참여자들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취업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여러 기업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펜실베이니아대 후원자인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 마크 로언은 반유대주의 대응에 미온적이라며 학교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후원자들에게는 후원 중단을 촉구했다. 대형 로펌 설리번앤크롬웰의 전 회장 조지프 솅커는 로펌들이 로스쿨에 보내는 서한을 직접 썼다. 솅커는 지난달 7일 유대교 명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머물던 중 하마스의 공격 소식에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

■ 정당한 비판·표현의 자유 침해에 반발도

정치권과 재계 등 주류 집단에서는 반유대주의를 억누르고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반유대주의 논란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지난달 7일 공격을 통해 살해(약 1200명)한 것보다 10배 많은 이들(약 1만4800명)을 숨지게 했다는 점에서 여느 때와 맥락이 다르다. 팔레스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이스라엘을 가해자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과도한 무력 사용을 놓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것을 반유대주의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헌법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함께 정의에 민감한 청년들의 행동을 막으려 ‘밥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최대 규모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달 초 650개 대학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친팔레스타인 학생 조직을 조사하고 처벌하라는 “근거 없는 요구”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정치적 동기로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학문 공동체가 서 있는 토대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 대법원은 외국 테러리스트 조직에 물질적 원조를 제공하거나 즉각적인 폭력 행위를 선동하는 게 아닌 한 표현의 자유는 침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플로리다대와 사우스플로리다대는 친팔레스타인 조직의 활동을 중단시키라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요구를 법률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두 대학의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들’ 지부는 플로리다 주정부의 시도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소송도 제기했다. 무슬림 변호사들은 대형 로펌들의 공개서한을 반박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서랜던은 소속사에 계약 파기 구실을 제공한 집회 연설에서 “반유대주의와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비판을 혼동하는 것은 끔찍하다”며 “난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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