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대주 간 상환기간‧담보 비율 차이 해소
기관투자자 전산시스템‧내부통제 기준 의무화
‘10년간 주식 거래 제한’ 등 제재 수단 다양화
공매도 잔고 공시도 지금보다 더 강화하기로
공매도 대차‧대주 제도 개선 이후 비교./자료제공=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 |
[한국금융신문]
공매도 시스템에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자 증권 관련 기관이 뭉쳤다.
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 한국예탁결제원(사장 이순호), 한국증권금융(사장 윤창호),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는 27일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16일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이 민‧당‧정 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료다.
증권 관련 기관은 해당 자료 초안을 기초로 개인·기관 및 국내·외 투자자와 전문가 의견 등을 폭넓게 수렴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 대안이 제기될 경우, 추가 검토해 국회와 금융당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설명자료는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중 특히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방안 및 공매도 전산시스템에 관한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검토 단계에서 일부 주장에 대해 증권 관련 기관이 논의한 내용을 설명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더욱 풍부한 의견수렴과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자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기관끼리 주식 빌리는 대차도 ‘90일+연장’으로 기간 제한
증권 관련 기관이 발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앞으로는 기관끼리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와 기관이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주’간 남은 상환기간 및 담보 비율 차이가 해소된다.
대차 상환기관을 대주와 같이 ‘90일+연장’으로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대차 기간이 무제한인 지금보다 장기간 대차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90일 만기가 도래하면 대여자는 차입자의 신용 현황, 담보상황뿐 아니라 연장과 상환 뒤 매도 유불리 등을 평가하게 돼 만기 도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단, 대주에 없는 대여자의 즉시 상환 요구는 유지하기로 했다.
기관이 특정 종목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공매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없게 하려는 조치다.
즉, 상환기간에 있어 실질적으론 대차보다 대주가 유리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5개년 간 주식 대차 중도 상환의무(Recall) 통계를 보면 ▲2019년 8만8406건‧7조382억원 ▲2020년 8만5981건‧7조3088억원 ▲2021년 7만3361건‧9조5504억원 ▲2022년 6만4155건‧7조42억원 ▲2023년 10월 말 6만591건‧8조5261억원 등 리콜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주식가격이 상승할 경우, 대여자는 주식을 상환받아 매도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관은 대차 기간에 비례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므로 주가가 내릴 때까지 대차로 빌린 주식을 기한 없이 상환하지 않고 공매도를 지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 5개년 간 주식 대차 중도 상환의무(Recall) 관련 통계./자료제공=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 |
한편, 대차거래 연장을 금지하고, 상환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관해 증권 관련 기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중해야 한단 입장을 제시했다.
첫째, 공매도 외 증권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단 답변이다.
대차거래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전체 대차거래에서 공매도 목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기준 주식대차 규모는 78조원이지만, 국내 공매도 잔고 금액은 20% 수준인 16조원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차 상환기간 연장을 제한할 경우, 공매도와 무관한 약 62조원 규모 대차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할 수 있다는 게 증권 관련 기관 분석이다.
예를 들어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설정을 위한 대차거래 연장이 불가능하다면, 상환기간마다 대차 상환 뒤 다시 대차하는 과정에서 ETF 원활한 거래가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생긴다.
그뿐 아니라 통상 기관은 차입 목적에 따라 대차로 빌린 주식을 구분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에 상환기간 제한을 위해 ‘공매도 목적 주식 대차’를 구분 관리하도록 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단 입장이다.
둘째는 대차거래 연장 금지 등이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세계 표준)와 지나치게 괴리’된다는 점이다.
대차거래는 국제대차거래 표준계약서(GMSLA‧Global Master Securities Lending Agreement)에 따라 국제적으로 비슷한 조건에 거래되고 있다.
표준계약서에 의하면 상환기간이나 연장 제한은 없다. 대신 리콜만 뒀다.
이는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국이 동일하다. 유일하게 대만만 상당히 장기간인 18개월 수준으로 대차거래 연장을 제한한 상태다.
셋째, 개인투자자의 대주 서비스도 현행보다 불리해질 우려가 있단 점이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를 위해 제공되는 대주 물량은 한국증권금융이 대차 등을 통해 빌린 주식으로 구성돼있다.
만약 대차거래 연장을 제한하게 되면 증권금융이 대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주식을 차입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대주 서비스 ‘90일+연장’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주 담보 비율, 대차와 같이 ‘120%→105% 이상’
대주 담보 비율도 대차와 같이 120%에서 105% 이상으로 낮아진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시장 참여자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모색한 결과다.
현금은 대차와 동일한 105%로, 유가증권시장(KOSPI) 200 주식은 대차 135%보다 낮은 120%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차 담보 비율을 현행 대주 담보 비율 수준인 120% 이상으로 이상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단 뜻을 밝혔다.
앞서 대차거래 연장 설명과 같이 공매도 외 증권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단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특히 담보 비율은 담보 할인평가 등과 관련해 주식 대차뿐 아니라 131조원 규모 채권 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담보 부담은 다양한 금융 서비스 비용을 증가시키는 한편 실제 필요보다 과도한 담보 요구로 증권거래 전반의 유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외국인 투자자보다 불리해지는 ‘역차별’ 문제도 꼽았다.
대차거래는 1:1거래라 GMSLA에 따라 담보 비율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통상 105% 수준이다.
이는 1:1거래인 부동산 거래에 있어 계약금-중도금-잔금 비율이 계약마다 다르지만, 보통 시장 관행 수준이 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예탁원이 담보권을 행사하는 거래의 경우엔 이러한 시장 관행이 고려돼 담보 비율 105%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매도 거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대차거래가 통상 역외에서 이뤄져 담보를 직접 관리하기에 국내 법률로 담보 비율을 정하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
대차 중개 기관인 예탁원, 증권금융, 국내 증권사 등이 상환기간을 관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관행에서 벗어난 수준으로 예탁원 담보 비율만 인상 시 예탁원 담보 관리를 97% 가까이 활용하는 국내기관에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해외 마진거래(대주 서비스) 사례와 국내 비교./자료제공=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 |
“해외도 대차거래-대주거래 구분돼”
증권 관련 기관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해외에서도 대차거래와 대주거래 간 구분이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단, 국내 대주 서비스가 해외에선 ‘마진거래’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미국과 일본에선 마진거래를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투자자와 같은 차입조건이 적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주 물량을 보호하고자 기관투자자 대주 서비스 활용을 제한하고, 대주 서비스에 대해선 리콜을 미적용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기관은 주로 대차거래를 활용한다”며 “GMSLA에 따라 18개월 상환기간을 정해놓은 대만을 제외하고는 상환기관과 담보 비율 등을 모두 당사자 간 1:1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상이 소매시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더라도 도매시장에서 주로 도매상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기관 내 공매도 전산화를 통한 무차입 공매도 방지 효과./자료제공=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 |
기관투자자 잔고 관리 전산시스템 구축… “무차입 공매도 막는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공매도 전산화 관련 방안도 내놨다.
먼저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현물 보유분, 대차 차입분, 기타 매도 가능 권리 등을 입력‧전산화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단, 시스템은 공매도 잔고 보고실적이 있는 기관투자자가 대상이다. 올해 기준 외국 기관 21곳, 국내 기관 78곳이 이에 해당한다.
공매도 거래가 소규모이거나 공매도 주문 시마다 증권사에 대차 계약 증빙을 제출하는 기관 등은 시스템 구축 예외 대상이다.
앞으로 모든 공매도 기관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 기준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전산시스템 적용 예외 가관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는 의무화 대상 기관의 기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확인한 경우에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할 수 있다. 매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에 보고해야만 한다.
이번 기관투자자 잔고 관리 전산시스템 구축 등으로 매도자 당사자는 매도 가능 잔고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매매 내역과 대차 후 공매도 여부, 대차 확정 상환 내역을 정확히 3단계로 관리해 잔고가 없는 무차입 공매도 방지 효과를 상당 수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증권 관련 기관 측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무차입 공매도는 전 세계적으로 제한되고 있으나, 사후 적발‧제재 중심이다”며 “국내의 사전 방지 체계는 선례가 없는 적극적 대책”이라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외부적인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대해선 다음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첫째는 모든 투자자의 잔고 정보를 중앙시스템에 실시간 직접하거나 잔고 정보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모두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또는 거래소가 투자자 잔고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얘기다.
둘째는 모든 매도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잔고와 매도주문 수량을 비교해 매도주문 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국회 법안소위 등에선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의 경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논의된 바 있지만 증권 관련 기관은 다시 검토해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난 23일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임시 조직(TF‧Task Force) 첫 회의가 개최됐는데, 관련 기관도 이 TF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공매도 특별조사단(금감원)은 글로벌(Global‧해외)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전수 조사와 엄중 제재를 시행한다. 국회 논의를 통해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의하면 ‘10년간 주식 거래 제한’ 등이 제재 수단으로 담겼다.
공매도 잔고 공시도 발행량의 ‘0.5% 이상’에서 ‘0.01% 또는 10억원 이상’ 등으로 바뀐다.
FN뉴스팀 human07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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