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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BBC '올해의 여성' K팝 기후활동가 "위기 막는 작은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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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구에는 K팝이 없다"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활동가

'아이돌 앰배서더' 내세운 패션 브랜드 그린워싱에도 목소리

연합뉴스

2021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훼손되는 강원 삼척 맹방해번에서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이다연씨. 맹방해변은 방탄소년단(BTS)가 디지털싱글 '버터' 앨범 재킷을 촬영한 곳이다. [이다연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최근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는 '기후 선도자'(Climate Pioneer) 28명이 포함됐다.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 이다연(20)씨도 28명 중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죽은 지구에는 K팝이 없다'는 기치 아래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상술을 위해 과도하게 생산되는 아이돌 앨범 문제,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탄소배출 문제 등을 지적해왔다.

25일 화상으로 만난 이 활동가는 여느 K팝 팬과 다르지 않았다.

누구 팬인지 묻자 자신은 '박애주의자'라 모든 아이돌을 좋아한다면서 답변을 사양하다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돌은 에스파의 카리나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말할 땐 조심스럽던 이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그는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이제 와 대응해도 소용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는 것이 낫다"라면서 동참을 호소했다.

다음은 이 활동가와 일문일답.

-- 케이팝포플래닛이 생소한 분들도 계시다. 어떻게 구성됐나.

▲ 2021년부터 단체를 시작했다. 활동가는 저를 포함해 8명이다. 우리가 운영하는 앰배서더 프로그램에 유동적으로 참여하는 분들도 계시다. 우리가 진행한 캠페인이나 청원에 동참해주신 분들은 150개국 5만7천여명 정도다.

-- 한국에서 '자랑'인 K팝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지적하면서 케이팝포플래닛이 주목받았다.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 부담보다는 전 세계, 모든 산업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는데 엔터테인먼트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문화예술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탄소배출량이 많다거나 하지는 않다. K팝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지적하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팬도 있을 수 있다.

▲ 앞서도 말했지만, 기후위기 대응에 엔터테인먼트 업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직접적인 탄소 배출량은 적어도 영향력은 어떤 글로벌 대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K팝을 즐기는 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사인회에 가려면 앨범을 여러 장 사야 한다든가, 포토카드를 랜덤하게 준다든가 하는 상술이 K팝 특징처럼 자리 잡았다.

▲ 팬들이 아티스트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앨범을 많이 사줘 (판매) 성적을 올려 연말에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사도 이런 팬의 마음을 알고 이를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생산자로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 앨범을 봐도 재활용하려면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 적히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팬들을 '돈줄'로만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 활동 후 K팝 상황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나.

▲ 나아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한국형 RE100을 달성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도 친환경 앨범을 제작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최근 블랙핑크 콘서트 때 국내 단독 콘서트 처음으로 콘서트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공개하기도 했다. 하이브의 경우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 솔로 앨범을 디지털플랫폼 앨범으로 제작해 실물 앨범 제작량을 줄였다.

다만 '그린옵션' 도입이 안 된 점은 아쉽다. 그린옵션은 내게 실제 필요한 앨범이 3장뿐이라면 (아티스트를 위해) 50장의 앨범을 산 것처럼 비용은 낼 테니 3장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기후위기 대응을 호소하는 K팝 팬들 목소리는 커지는데 아티스트로부터 반응은 잘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혹시 아쉽지는 않나.

▲ 아티스트들도 이전보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콘의 동혁님과 함께 라디오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앨범 문제도 알고 계셨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팬들을 지지해주시기도 했다. 위클리의 경우 기후위기를 주제로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목소리를 내는 아티스트가 늘었지만 K팝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아티스트들이 더 목소리를 내면 더 많은 팬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기대한다.

-- 케이팝포플래닛이 올해 들어 K팝을 매개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현대, 석탄 멈춰'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아다로미네랄은 이 건을 고려해 현지에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있는 기업이다. 아이오닉과 같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BTS를 내세워 친환경을 강조하는 현대차가 석탄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기업과 계약한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차 관계자를 직접 만나기도 했는데 협약을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해서 K팝 팬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아직 실질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아서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할지 지켜보려고 한다.

-- 최근에는 K팝 아이돌을 앰배서더로 내세우는 명품 패션 브랜드들에 환경적 책임감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K팝 팬들은 (케이팝포플래닛이 있기) 전부터 이미 기후행동을 해왔다. 팬들이 힘을 모으면 K팝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나 연관된 산업계가 아닌 분야에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변화를 만들어달라 요구할 수 있기에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

명품 브랜드들은 K팝 아이돌을 앰배서더로 선정해 젊은 K팝 팬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가 살아갈 미래 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 말로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 하지만 매년 올리는 제품 가격만큼 탄소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브랜드들에게 그린워싱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캠페인을 시작했고 현재 1만1천700명이 서명했다.

-- 명품 브랜드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다음 달 6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응답이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K팝 팬들은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한다. 다음 행동도 계획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

연합뉴스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활동가. [이다연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최근 한국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했다.

▲ 정부가 역행하는 모습에 실망스러웠지만 기후행동 활동가로서 청년층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는 다짐도 생겼다.

-- 기후변화에 무력감을 느끼는 젊은 층이 많다고 한다.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한 배경에도 피로감이 있다고 본다. 무력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

▲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기업도 상대해보고 하면서 큰 산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다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작은 변화라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특히 케이팝포플래닛은 기후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K팝 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지속가능하게 활동한다.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동참해달라.

-- 앞으로 계획은.

▲ 케이팝포플래닛은 내년 콘서트 탄소배출 문제 등 K팝 이슈에 다시 집중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활동을 하면 할수록 기후위기에 관해 공부할 것이 많다고 느껴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

-- 에스파 카리나 팬이라고 했다. 카리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데뷔 초부터 모든 활동 영상을 챙겨보고 '버블'(아티스트와 팬 간 채팅 플랫폼)도 구독할 정도로 진짜 팬이다. 마음이 되게 여리시다고 들었다. 언젠가 환경에 대해서 함께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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