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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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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팬데믹! 가짜뉴스] ⑦ 호주선 개헌안 부결 '주범' 지목…대만 대선도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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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부족 갈등에 불 질러 사상자 초래…'한류 인기' 동남아에선 한국이 타깃 돼

日 '원작자 증명제·저작물 AI 무단학습 억제' 모색…'정보전' 전담 정부조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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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개헌 투표
지난달 3일 호주 시드니의 한 투표소 밖에서 한 여성이 유권자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델리·하노이·도쿄·방콕·자카르타·타이베이=연합뉴스) 유창엽 김범수 박성진 강종훈 박의래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허위 정보가 호주 원주민 권리 국민투표를 수렁에 빠트렸다.'

지난달 12일 AFP통신은 이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호주의 개헌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거짓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를 한 언론은 AFP통신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도 '호주 보이스 국민투표, 찬성론자들 허위 정보와 싸우다'(워싱턴포스트), '양극화된 호주, 트럼프식 허위 정보에 맞서다'(뉴욕타임스), '호주 원주민 투표를 앞두고 거짓말이 인종 차별을 부추겨'(BBC) 등 가짜 뉴스로 얼룩진 호주 국민투표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결국 개헌안은 부결됐고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가짜뉴스가 지목됐다.

호주를 비롯해 일본, 인도, 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주요 선거나 국가정책을 놓고 진실은 가리고 선동과 갈등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의 폐해가 이어지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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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온 중국이 대만을 쳐들어갔다는 내용의 대만 언론 사칭 가짜 뉴스 [보니 글레이저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가짜 뉴스'에 무너진 호주 개헌안…대만 대선 앞두고 '중국이 침공했다' 가짜뉴스도

호주는 지난달 14일 호주 원주민(애버리지널)과 토레스 해협 도서민을 '호주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 '보이스'를 설립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 투표를 진행했다.

지난해 호주 정부가 개헌 추진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개헌에 대한 지지율은 80%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개헌 반대 움직임이 나오면서 개헌 지지율은 빠르게 떨어졌다.

특히 때를 같이 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개헌 시 '보이스가 국회 위에 군림할 것이다', '원주민들에게 이민자들의 직장과 학교 자리를 내줘야 한다', '농부들 목장은 원주민들에게 빼앗길 것이다', '호주를 전체주의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유엔 음모' 등의 허위 정보들이 급속하게 퍼졌다.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티모시 그레이엄 디지털 미디어학과 교수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개헌 관련 트윗을 조사한 결과 허위 정보들의 대부분은 개헌 반대자들이 유포하는 것들이며 대부분 유권자의 두려움을 자극하기 위한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본 허위 정보에 근거해 개헌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고 두려워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허위 정보가 퍼지자 호주 주요 언론들은 홈페이지 대문에 '팩트 체크' 코너를 만들어 매일 같이 각종 허위 정보에 대해 검증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투표 결과 유권자의 약 61%가 '반대' 표를 던지며 개헌안은 결국 부결됐다.

현지 언론은 주요 부결 원인 중 하나로 개헌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긴 허위 정보들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는 특히 국가 차원 선거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내년 1월 중순 열리는 대만 대선격인 총통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대만 당국이나 언론은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친중(親中) 후보 당선을 위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국가안보 관계자는 대만 언론에 중국이 대만 선거를 교란하기 위한 심리전을 펼칠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확산한다고 말했다.

독립 성향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 무력 침공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대중들 사이에 퍼뜨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8월에는 타이완 영문 '타이완뉴스'를 사칭한 가짜 X(옛 트위터) 계정에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했다"는 허위 뉴스가 올라오기도 했다.

또 대만의 대테러 훈련에 대해 중국 무력 침공시 대만 총통의 탈출을 위한 '탈출 리허설'이라 왜곡하는 정보도 SNS에서 퍼진 바 있다.

다른 안보 관계자는 중국발 가짜뉴스가 지난해 상반기 1천400건에서 올해는 1천800여 건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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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州)에서 벌어진다수 부족 메이테이와 소수 부족 쿠키 간 충돌로 자동차가 불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가짜뉴스'에 부족 갈등 더 격화 …베트남은 박항서, 태국은 한국 입국 관련 '거짓 정보'

선거 뿐만이 아니라 주요 판결 등을 놓고 반대 진영에 있는 이들을 공격하기 위한 가짜뉴스들이 판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州)에서 일어난 다수 부족 메이테이와 소수 부족 쿠키 간 충돌 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마니푸르주 고등법원은 다수인 메이테이 부족을 지정부족(ST)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명령했다. 이 결정으로 메이테이 부족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소수인 쿠키 부족이 반발했고 양 부족 간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부족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보이는 가짜 사진과 일방적인 뉴스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계속된 충돌로 최소 180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다쳤다. 또 수만 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다. 충돌은 살인, 방화, 폭력, 약탈, 집단성폭행 등의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을 겨냥한 가짜 뉴스들도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인 박항서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악성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단골 메뉴였다. 박 감독은 그동안 베트남에서 퇴출당했다거나 중국으로 쫓겨났다는 등의 가짜뉴스에 수도 없이 시달려왔다.

태국에서는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콘깬, 시사껫, 우돈타니, 야소톤 등 태국 북동부 4개 주에서 입국하는 관광객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입국을 제한한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태국 노동자가 한국 돼지농장에서 일하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 벌어지자 불법취업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과 보도들이 나오는 와중에 사실과 다른 이런 가짜뉴스도 나온 것이다.

당시 주태국 한국대사관·문화원, 태국 외교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기에 나섰으며 태국 외교부도 한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한 적이 없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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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페이스북 가짜계정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日, '원작자 증명제·저작물 AI 무단학습 억제' 제안 나와…'정보전' 전담?

각국 정부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각종 방안을 연구 중인 가운데 일본신문협회는 지난달 16일 정확한 취재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거짓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확인된 뉴스임을 알리는 증명 도입을 제안했다.

신문협회는 인터넷 기사 등에 제3자 기관이 인증한 발신자 정보를 전자적으로 부여해 인증하는 '원작자 프로파일'(Originator Profile·OP) 기술을 제시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31개 법인이 참가하는 'OP기술연구조합'은 2025년 이 기술의 실용화를 목표를 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AI에 의한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저작권법을 더욱 엄격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8년 개정된 현 일본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AI가 무단으로 학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SNS 등을 통한 외국발 허위 정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전'을 수행할 조직을 정부 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대량의 허위 정보가 유포되는 등 외국발 가짜 뉴스가 여론을 유도하거나 사회를 교란할 수 있다고 보고 총리와 내각을 보좌·지원하는 내각관방 산하에 외국발 허위 정보 수집이나 분석 등을 진행하는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AI를 활용해 오염수 관련 거짓 정보를 수집하고 삭제를 요구하는 등 대책을 강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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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국 한국대사관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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