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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이재명, 선거제 딜레마···병립형 회귀·위성정당 창당시 대선 공약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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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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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거제도 협상에 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영입 인재들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되돌리거나 비례위성정당 창당 ‘꼼수’를 쓰자는 내부 유혹을 받고 있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 대표의 대선 공약 파기가 된다.

21일 여야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도 선거제 관련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11월 말이 (선거제 협상의)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데까지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다만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를,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개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이날 국회 정개특위 소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를 거쳐서 지역구는 소선거구, 비례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각 당 의원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는데, 국민의힘은 의원총회 추인을 받았고 민주당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편집인 포럼에서 선거제 개편 방향에 대해 “연동형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병립형 회귀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병립형으로 바꾸면 제3당이 비례 의석을 확보할 길은 줄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많은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김영배 의원은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는 한 석이라도 승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에 상당히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5일 유튜브 방송에서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한 석이라도 더 얻어서 과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류도 있다. 여기에는 ‘조국 신당’에 대한 민주당의 복잡한 속내도 반영돼 있다. 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돼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 등 자매 정당이 나오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비례정당 창당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현행 체제로 가면 위성정당을 넘어서 ‘참칭정당’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더라도 이 대표는 위성정당 창당의 유혹을 넘어서야 한다.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이 대표는 더 많은 영입 인재들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공천할 수 있지만, ‘꼼수’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이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거나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이 대표는 대선 공약 파기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2월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 개혁, 비례대표 확대,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 금지’를 정치 개혁 분야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대표로 선출된 지난해 8·28 전당대회에서 “정치공학이나 선거의 유·불리, 앞으로의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전 당원 결의안까지 발표했다.

이 대표가 공약을 파기하면 안 된다는 당내 반발도 크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이미 현행법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고 위성정당을 안 만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했다”며 “이제는 침묵을 깨고 약속을 지킬 때”라고 촉구했다.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병립형 선거제로 퇴행하는 야합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 52명은 이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당 지도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비례의석 몇 석을 더 챙기려다가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말 따로 행동 따로(말따행따) 정부”라고 비판해왔다.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하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탄희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갑자기 손잡고 선거법 담합을 하면 20~30대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다음 총선에서 크게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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